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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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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님이 조금 더 속내를 들추면서
책노래를 들려주면 좋았을 테지만
여러모로 아쉽지만
이쯤으로도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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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2021.5.2.
인문책시렁 178
《책갈피의 기분》
김먼지
제철소
2019.4.29.
《책갈피의 기분》(김먼지, 제철소, 2019)은 책을 엮는 일꾼으로서 돌아보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모든 책에는 여러 마음이 흐르는데, 글쓴이 마음·읽는이 마음·엮는이 마음·펴낸이 마음을 비롯해서 책이 된 나무가 품는 마음에, 나무가 우거진 숲에 흐르는 마음에다가, 나무 곁에서 돋는 풀꽃이랑 벌나비에 풀벌레 마음까지 흐릅니다. 어느 한 가지 마음만 흐르지 않습니다.
다만 책이 되려면 줄거리를 이룰 글이나 그림이나 빛꽃이 있어야 할 테니, 지은이가 꼭 있어야지요. 지은이가 있으면 글·그림·빛꽃을 살필 일꾼이 있어야 하며, 엮는 일꾼이 살핀 꾸러미를 종이에 얹도록 땀을 쏟는 펴낸이가 있어야 합니다. 얼핏 보자면 책 하나는 지은이 이야기 같지만, 지은이 한 사람 이야기일 수 없다고도 할 만해요. 줄거리는 지은이가 살아내며 겪은 이야기가 바탕인데, 이 이야기를 여민 사람들 손길이 훅훅 묻어나거든요.
잘 꾸몄든 좀 엉성하게 여미었든 대수롭지 않아요. 손길이 묻어난 대목이 대수롭습니다. 아이가 뭘 잘 해야 하지 않아요. 아이는 투박한 손길이든 수수한 손길이든 놀라운 손길이든 어버이한테서 사랑받으면서 하루를 반갑게 맞이하고 기쁘게 뛰놀기에 아름답게 자라요.
흔히 ‘책갈피’란 낱말로 가리키는 살림은 ‘책살피’라고 써야 맞다고 합니다. 그러나 ‘살피·갈피’를 나란히 써도 좋다고 생각해요. 굳이 한 낱말만 써야 할 까닭이 없을 뿐더러, 우리 나름대로 수수하거나 투박하게 새길을 찾을 만해요. 그렇기에 잘나가는 책뿐 아니라 잘 안 나가는 책이어도, 우리한테 이야기를 사근사근 들려주는 온갖 책이 태어나지요. 모든 책에는 저마다 이야기가 있으니, 모든 책을 다 다른 펴냄터에서 다 다른 하루를 맞이하면서 엮는 손길은 저마다 살뜰하다고 느껴요.
비록 돈벌이에만 치우친 책이라 해도, 외곬로 치닫는 생각을 쏟아내는 책이라 해도, 엉뚱하거나 틀렸다고 할 줄거리로 참을 뒤집어씌우는 책이라 해도, 이 모든 책은 숲에서 옵니다. 어느 책을 손에 쥐든 우리는 ‘숲을 손에 쥐고서 가슴에 품고 마음에 새기는 하루’를 누려요. 자, 그러니 오늘은 어떤 숲을 우리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삶을 노래하려는가를 생각해요. 즐겁게 놀고,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읽고, 즐겁게 덮고, 즐겁게 집안일을 하고, 즐겁게 꿈꾸면서 하루를 짓기로 해요.
ㅅㄴㄹ
초대박 난 베스트셀러를 진행하지도 않았고,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 만한 유명 출판사에 다니지도 않았는데, 이런 내가 편집자 이야기를 책으로 써도 되는 걸까? (61쪽)
한 시간가량 걸리는 출퇴근길에서 절대로 책을 펴지 않는다. 온종일 들여다보고 온 것이 책이고, 내일 또 파묻혀야 되는 것이 책이라고 생각하니 그만 질려버리는 것이다. (83쪽)
언제는 잘못된 표현이라더니 이제 와 올바른 표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조어나 줄임말이 갑자기 표준어가 되고, 띄어쓰기가 갑자기 허용되고, 외래어 표기법이 갑자기 바뀌고……. (88쪽)
건강을 해쳐가며 스트레스를 받아가며 일한 결과물을 그 누구도 자랑스럽거나 떳떳하게 여길 수 없었다. 대신 사장님의 차가 바뀌었다. 사장님보다 더 원망스러웠던 건 나 자신이었고, 나 자신보다 더 원망스러웠던 건 독자들이었다. 아무렇게나 만들어도 많이 팔려버리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신입사원 김먼지에게 너무 큰 충격과 상처를 안겨주었다. (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