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1.4.25. 마실책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우리가 쓰는 모든 글은 ‘자서전’일 적에 아름답지 싶습니다. ‘자서전’ 아닌 ‘평전’을 때때로 쓸 수 있지만, ‘평전’보다는 ‘자서전’을 쓸 노릇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자서전·평전’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한자말입니다. 한자말이라고 해서 나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가 예부터 우리 삶터에서 쓴 말이니 우리말이요, 삶터 아닌 임금터(권력층)에서 쓴 말이니 한자말일 뿐입니다.


  제가 어릴 적에 ‘자서전·평전’이란 낱말을 언제 처음 들었나 하고 떠올리니 여덟 살이나 아홉 살 즈음일 텐데, ‘위인전’을 읽고 느낌글(독후감)을 내라고 시킨 배움터에서 들려준 낱말이에요. 그런데 열세 살을 지나고 열네 살에 이르도록 ‘자서전·평전·위인전’ 같은 낱말이 똑똑히 어떻게 다른가를 가늠하지 못했습니다. 그닥 마음이 없던 탓도 있겠지만, 어린이 자리에서 늘 쓰는 말씨가 아닌, 먹물붙이 어른 자리에서나 쓰던 말씨를 어린이도 쓰라고 억누르는 말씨이니 어린이로서 제대로 알고 받아들이기가 어려울 만하다고 봅니다.


  우리말로 하자면, ‘자서전 = 스스로 쓴 삶자취’요, ‘평전 = 남이 쓴 삶자취 / 내가 이웃을 보며 쓴 삶자취’입니다. ‘위인전 = 훌륭한 사람 삶자취 / 내가 훌륭한 사람을 기리며 쓴 삶자취’쯤 되겠지요.


  곰곰이 보면 ‘자서전·평전·위인전’은 모두 ‘삶자취를 줄거리로 삼아서 적은 글’입니다. 단출히 보자면 ‘삶글’이에요.


  한자말로 덮어씌우니 어렵게 받아들이기 쉬운 ‘자서전’입니다. 우리는 우리 삶을 수수하게 글로 옮기면 되어요. ‘자서전’을 쓴다는 말이란 ‘내가 스스로 사랑하는 이 삶을 즐겁게 글로 옮긴다’는 뜻입니다. 처음부터 ‘자서전’ 아닌 ‘삶글’을 쓴다고 여기면서 이렇게 낱말을 가누면 참으로 쉽겠지요.


  훌륭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걸어온 자취를 쓰는 글이라면, 훌륭한 이를 기리는 뜻일 테니 ‘기림글’이라 할 만하고, 기릴 만한 훌륭한 사람은 반짝반짝 빛날 테며, 이 빛이란 아름답게 온누리를 적시는 만큼 꽃답다고 할 만하여, ‘꽃글’처럼 가리킬 만해요. 굳이 ‘꽃글’로 ‘평전·위인전’을 풀어내려는 뜻이라면, 어린이한테는 ‘기림글’보다는 ‘꽃글’이 부드럽고 쉬우면서 즐겁게 와닿을 만하거든요. “훌륭하게 살다가 가신 분이야”보다는 “꽃처럼 살다가 가신 분이야” 하고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린이로서 한결 부드럽고 쉬우면서 마음으로 받아들일 만하지 않을까요?


  낱말을 이처럼 가누어서 쓸 적에 어른도 ‘높거나 거룩하거나 대단한 사람이라는 위인’보다는 ‘우리 곁에서 꽃처럼 눈부시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모든 수수한 이웃이자 어버이요 동무 누구나 위인이로구나’ 하고 느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쉽게 쓰자는 뜻이란, 생각을 즐겁게 가누자는 뜻이요, 생각을 즐거이 가누면서 삶을 넉넉하고 꽃처럼 돌본다는 뜻입니다. 《쉬운 말이 평화》라는 책을 내놓은 지 이레쯤 되었으니, 이제 책집에 이 책을 여쭈어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나라 곳곳에 들꽃처럼 “쉽게 말하며 어깨동무하는 평화라는 씨앗”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지난 4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을 쉬잖고 여러 고장을 돌고서 고흥에 돌아왔습니다. 고작 나흘 사이입니다만, 이동안 오디꽃이 많이 여물었어요. 올해에는 ‘살짝 여문 오디꽃’을 잔뜩 훑어 오디잎물(오디차)로 말리려 했는데, 그만 때를 놓쳤네요. 뭐, 이듬해에 다시 해보면 되겠지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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