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1935년 조선어학회 한글 (2021.3.26.)

― 부산 〈고서점〉



  나이가 들어도 아이처럼 바라보고 말하는 사람이 있고, 나이가 들수록 아이다운 눈빛이며 말씨를 잃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기에 아이다움을 잃거나 버리는 사람이라면 ‘늙은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는 아랑곳않고서 아이다운 눈빛이며 말씨를 가꾸는 사람이라면 ‘철드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른으로 나아가야지 싶습니다. ‘나이가 들어 늙는’ 사람이 아닌,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어린이다운 눈빛이며 말씨를 사랑으로 돌보아 어질고 맑은’ 사람으로 살림을 지어야지 싶습니다.


  누구는 “사람은 고쳐쓰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저는 “마음을 고치는 사람은 삶을 고치지만, 마음을 안 고치는 사람은 삶을 안 고치니, 이런 사람이라면 고쳐쓰지 못할 테고, 마음을 고치면서 새롭게 피어나려는 들꽃 같은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고쳐쓸 테지요.” 하고 말합니다.


  적잖은 분들이 으레 “아이고 힘들어.”나 “어머, 무서워.” 하고 말해요. 말부터 마음에 힘들거나 무서운 씨앗을 심는 셈입니다. 어느 일이든 그냥 하면 그냥 되고, 즐겁게 하면 즐겁습니다. 잘 되거나 안 될 걱정을 할 까닭이 없어요. 그냥 하려는지, 즐겁게 하려는지, 노래하며 하려는지, 사랑으로 하려는지, 아이랑 어깨동무하며 하려는지 생각하면 되어요.


  부산 〈고서점〉 지기님이 ‘양옥션’이란 이름으로 누리판(유튜브)에 책마당(경매)을 열었어요. 책을 겉그림뿐 아니라 속살을 펼쳐서 보여주고 줄거리를 보태어 들려주려고 한다지요. 새길을 여시는군요. 어떻게 꾸리시는지 궁금해서 〈고서점〉 지기님이 펴는 책마당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이곳에 《한글》 두 자락이 나왔어요. 1935년하고 1936년에 나온 얇고 작은 달책(잡지)입니다. 2001년에 이 달책을 처음 장만했을 적에는 《보리 국어사전》 편집실에 놓고 나왔습니다. 2021년에 스무 해 만에 제 책상맡에 놓을 달책으로 장만합니다. 새삼스레 죽 읽고 살피는데, 조선어학회 일꾼은 ‘한글맞춤법’과 ‘국어문법’에 온힘을 쏟으며 ‘조선어사전’을 엮는 일에만 매달리는구나 싶은데, 달책 《한글》이며 조선어학회 틀(회칙)은 새까맣게 일본 한자말투성이입니다. 오늘날 국립국어원이나 겨레말큰사전위원회도 이와 같아요. 겉보기는 한글이되 속살은 일본 한자말을 그대로 써요.


  겉낯이 말끔해도 속낯을 안 가꾼다면 어떤 길을 갈까요? 새살림을 새말에 담는 틀은 안 세우고 맞춤길만 세운다면 우리말은 어떤 길을 걸을까요? 낱말책(사전)은 징검돌입니다. 틀(규범)이 아닌 밑돌이 되어 사람들이 생각에 날개를 달도록 잇는 길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낱말책을 짓지 않는다면, 굴레나 사슬이 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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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제3권 제8호(조선어학회·이윤재 엮음, 조선어학회, 1935.10.1.)

《한글》 제4권 제8호(조선어학회·이윤재 엮음, 조선어학회, 19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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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쉬운 말이 평화》,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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