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빛

나는 말꽃이다 17 모레



  저는 ‘내일’이라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어제·그제’하고 맞닿는 ‘하제’라는 낱말을 따로 쓰지는 않습니다. 그때그때 살피면서 ‘이튿날·다음날’이나 ‘모레·앞날·앞으로’나 ‘이제부터’를 가려서 써요. ‘하제’를 되살려도 나쁘지는 않으나, 이보다는 모든 말씨는 때랑 곳을 헤아려 다 다르게 쓸 적에 한결 북적북적하면서 말맛이 살아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하잘것없다’가 있으면 ‘보잘것없다’가 있어요. ‘가없다’가 있으면 ‘끝없다’나 ‘그지없다’가 있습니다. 뜻이 비슷하면서 말꼴이 다른 여러 말씨를 아우르려고 합니다. 어느 때에는 ‘비슷하다’를 쓰지만, 어느 때에는 ‘비슷비슷·비금비금’이나 ‘어슷비슷’을 쓰고, ‘닮다’나 “꼭 닮다”나 ‘같다·똑같다’나 ‘나란하다’를 섞습니다. ‘마찬가지·매한가지’도 슬며시 곁들이고요. 그러니까 말꽃은 말맛을 살리는 길을 조용조용 속살거리는 책이기도 합니다. 우리 나름대로 이때에는 이렇게 저때에는 저렇게 말빛을 가꾸어 보자고 나긋나긋 재잘거리는 책이기도 해요. 멍하니 보다가 멀거니 봅니다. 살며시 건드리거나 살그머니 댑니다. 살짝쿵 다가서고 살포시 어루만집니다. 살살 달래고 슬슬 추슬러요. 모레를 빛내려는 말꽃길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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