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공장 장미꽃 애지시선 5
엄재국 지음 / 애지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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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2021.2.12.

노래책시렁 179


《정비공장 장미꽃》

 엄재국

 애지

 2006.1.27.



  저는 어릴 적부터 되게 일찍 일어났습니다. 우리 어머니가 도시락을 싸고 집일을 챙기느라 그야말로 날이 안 밝은 새벽 아닌 늦밤에 일어날 적에 함께 눈을 떴어요. 어머니는 으레 네 시 무렵이면 하루를 열더군요. 이러면서 가장 늦게 자요. 저는 여덟 살 무렵부터 어머니하고 똑같이 하루를 열었고, 어느 때부터인가는 하루를 한두 시부터 열었습니다. 이런 두 사람하고 달리, 우리 집 큰아이는 으레 열 시나 열한 시가 되어야 하루를 엽니다. 이러고서 좀 늦게 잠들려 하지요. 뭐 한지붕이어도 서로 다른 삶빛이니 그러려니 하는데, 그만큼 꿈이 깊구나 하고 여깁니다. 《정비공장 장미꽃》을 읽으면서 일돌이(공돌이)라고 하는 자리는 무엇일까 하고 새삼스레 되새깁니다. 일돌이 자리에서 일순이를 어떻게 바라볼 만한가 하고, 일돌이는 일순이하고 얼마나 어깨동무를 하려나 하고 돌아봅니다. 일은 밖에서만 하지 않아요. 일은 집 안팎 어디에나 있어요. 일은 크고작기만 하지 않아요. 사랑으로 품고 기쁘게 안을 일이 있습니다. 이 나라이든 이웃나라이든 ‘노동문학’이란 이름이 큰데, ‘살림글’은 어디에 있을까요? ‘삶을 사랑으로 짓는 수수한 어버이 글’은 어디에 있을까요? 글에서 힘과 목소리를 빼고 사랑과 노래를 담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이승을 떠나는 사람들이 차표 없이 / 즐겨 승차하네 / 목적지에 닿아도 아무도 내리는 이 없네 // 일어섰다 홀연히 드러눕는 / 구름마당, 구름 흙, 구름 기둥 // 초가 한 채 지상을 다녀가네 (구름 폐가/18쪽)


서너 살 계집애가 맨땅에 / 사타구니 사이로 녹물을 찔끔 흘리는 봄 / 허공이 녹슬면 꽃이 피는가 / 홍매화 가득한 뒷뜰 그쪽 허공이 녹슬었다 / 어머니를 땅에 묻고 / 한 사람의 생애를 갈무리하는 무덤이 (녹, 봄봄/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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