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벌레의 하극상 제2부 : 책을 위해서라면 무녀가 되겠어 3
스즈카 지음, 시이나 유우 그림, 강동욱 옮김, 카즈키 미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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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 책 말고도 길이 있다면



《책벌레의 하극상 2-3》

 카즈키 미야 글

 스즈카 그림

 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9.30.



  《책벌레의 하극상 2부 3》(카즈키 미야·스즈카·시이나 유우/강동욱 옮김, 대원씨아이, 2020)은 ‘책벌레 아가씨’에서 ‘책벌레 어린이’로 바뀐 몸으로 살아가는 분이 새길을 찾아서 하나씩 닦는 줄거리를 들려줍니다. 지난날 ‘책벌레 아가씨’일 적에는 책만 있으면 넉넉한 삶이었다면, 오늘날은 책이며 글을 구경하기조차 어려울 뿐 아니라 몸부터 너무 여려 무엇 하나 스스로 하기 어려운 삶입니다. 그러나 지난날 ‘책벌레 아가씨’로 지내며 하도 둘레에 마음을 안 쓰던 무렵, 이이 어머니가 ‘책만 펴지 말고 삶도 좀 보라’고  하면서 억지로 시킨 여러 가지 일이 새삼스레 이바지를 한다지요.


  지난날 ‘책벌레 아가씨’로서 책만 펴던 무렵에 손에 쥔 책은 새롭게 살아가는 오늘날 어느 하나도 이바지하지 못합니다. 이와 달리 ‘책이 아니면 싫으’나 마지못해서 어머니 손에 끌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본 그 삶이 새로운 몸으로 살아가는 이곳에서 더없이 이바지를 하는 밑천이 됩니다.


  이런 이야기는 오늘 우리가 새록새록 새길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굳이 안 읽어도 좋다’가 아닌, ‘책이라는 이름으로 가리킬 모든 것’을 다시 살필 노릇이에요. 우리나라 배움수렁(입시지옥)은 얼마나 삶에 이바지할까요? 벼슬길(공무원)은 얼마나 삶에 이바지하나요? 나라(정부)는 무엇을 이바지하나요? 나라를 지킨다는 싸움연모(전쟁무기)가 참말로 나라나 푸른별을 지킬까요? 어린이·푸름이가 열두 해씩이나 다니는 배움터는 삶짓기나 살림짓기에 어떻게 이바지하는지요?


  책만 펴면 즐겁던 몸을 떠나야 한 넋은, 아무 일도 할 수 없도록 매우 여린 몸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예전 삶이며 생각을 모두 내려놓아야 합니다. 새몸으로 새터에서 살아가며 모두 새롭게 바라보고 마주합니다. 지난날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곳을 깊이 보아야 합니다. 지난날에는 늘 누리던 모든 살림을 까맣게 잊어야 합니다. 스스로 할 힘이 없는 터라 이웃이며 동무이며 잔뜩 사귀어야 하고, 이웃이며 동무를 잔뜩 사귀어야 하니 끝없이 말을 해야 하며, 말 한 마디를 다스리는 길까지 새삼스레 익혀야 합니다.


  이렇게 나아가는 사이에 처음으로 맞닥뜨리면서 징검돌을 놓는 마음이 자라납니다.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한 일이 조금씩 가지를 뻗습니다. ‘책을 읽고 싶다’는 ‘다른 사람이 지은 살림을 맛보고 싶다’였다고 할 텐데, 이제는 ‘책을 짓고 싶다’로 거듭나요. ‘읽기’만 하던 지난삶을 내려놓아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짓기’라는 길이 얼마나 새롭고 대단한가를 하나하나 느끼면서 ‘나 스스로 하루를 살아내고 마주한 이야기를 손수 옮기고 묶고 싶다’는 꿈을 틔웁니다. 그리고 이 꿈길을 가면서 이웃이며 동무랑 손을 맞잡으려고 합니다.


ㅅㄴㄹ


“델리아, 저는 세례 전의 아이들을 구할 생각입니다. 신전장님이 알게 되면 방해할 테죠. 그러니까 아무 말 말아 줬으면 해요. 부탁할 수 없을까요?” “나, 고아원에 가고 싶지 않아요. 떠올리고 싶지 않고 관련되고 싶지 않아요.” “델리아는 여기에서 요리사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돼요.” (8∼9쪽)


“세 사람에게 청소 중에 체크해 줬으면 하는 게 있는데, 솔선해서 청소하는 아이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아이의 이름을 적어 줬으면 해.” “왜?” “일을 열심히 하면 보수를 받는다는 걸 알게 하고 싶어.” (30쪽)


“그렇지? 좀더 타협이라는 걸 알아준다면 살기 편할 테지만.” “타협을 하지 않으니까 더 좋은 물건이 될 거야.” (68쪽)


“지크 오빠가 장인으로서 기술을 익히고 있는 것처럼, 루츠는 상인으로서 지식과 기술을 익히고 있는 거야. 루츠의 노력을 조금이라도 괜찮으니까 인정해 주지 않겠어?” (78쪽)


“네가 번화가의 축제에 참가할 수 없게 되는데 괜찮은가?” “네. 아이들에게도 축제를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요.” (118쪽)


“굉장히 멋지게 완성되었어요.” “저야말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펜을 쥔 것도 오랜만이라, 정말로 기뻤어요.” (127쪽)


‘거기에 악기 연습까지 시작했다간 책을 읽을 시간이 또 줄어들잖아.’ (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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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鈴華 #香月美夜 #椎名優 #本好きの下剋上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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