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라라 5
킨다이치 렌쥬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7월
평점 :
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꽃차림새는 무엇일까
《라라라 5》
킨다이치 렌주로
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8.6.25.
《라라라 5》(킨다이치 렌주로/장지연 옮김, 학산문화사, 2018)을 읽으면서 집안을 이루는 여러 사람이 서는 자리를 생각합니다. 우리는 왜 한집안으로 살아갈까요? 한지붕을 이는 사이라면 서로 어떤 마음이자 눈빛일 적에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까요?
같이산다면 서로 즐거워야겠지요. 함께살기에 서로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워야겠지요. 남들 앞에서 보여주는 겉모습이 아닌, 속으로 서로 아끼며 돌보는 숨결일 노릇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이런 말조차 으레 입에 말린 이야기가 되기 일쑤인 터전입니다. 겉모습 아닌 속모습을 읽자고 입으로 말하더라도, 정작 우리는 속모습을 읽는 눈을 스스로 잃고서 겉모습을 훑는 데에서 그칩니다. “아니, 겉보다 속이 대수롭다지만, 다른 사람은 다들 속보다 겉을 보잖아요?” 하면서 겉치레를 하지요. “아무리 속이 대수로운들 옷을 안 입고 어떻게 살아?” 하면서 겉을 꾸미지요.
꽃차림새로 꾸미는 일은 하나도 안 나쁩니다. 좋다고까지 할 만합니다. 다만, 옷이나 얼굴이나 몸매나 자가용이나 책이나 배움끈(학력)만 꽃차림새라면 겉발림입니다. 마음이 꽃차림새가 아니라면, 마음으로 읽고 듣고 받아들이면서 배우고 사랑하는 꽃차림새가 아니라면, 한낱 부질없는 몸짓이라고 느껴요.
남들이 좋게 봐주어야 하니까 겉을 꾸며야 하나요? 남들이 다 읽는 책이니까 우리도 따라서 읽어야 하나요? 스스로 아름답게 노래하고 싶기에 가꾸는 몸이요 마음인가요? 스스로 사랑을 익히며 아름답고 즐거이 하루를 지으려고 손에 쥐어 읽는 책인가요?
눈을 감아야 볼 줄 압니다. 눈을 감고서 본 다음에 눈을 뜰 노릇입니다. 겉눈이 아닌 속눈을 뜰 노릇입니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가 아이를 겉모습으로만 따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어버이 곁에 선 아이가 어른한테서 겉모습만 물려받거나 따른다면 어떤 삶이 될까요? 겉모습이 대수롭다면 꽃처럼 차려 놓고서 자린고비처럼 눈으로만 먹으면 돼요. 속모습이 대수롭다면 꽃처럼 차리든 그냥그냥 차리든 다같이 둘러앉아 노래하는 수다판으로 밥차림을 누리면 됩니다.
ㅅㄴㄹ
“키리시마도 20년 넘게 살아왔으니 이미 알고 있을 텐데? 정상적인 인간은 의외로 몇 없고 정상적이지 않은 인간이 의외로 많다는 것.” (8쪽)
“그 아이, 척 보아하니 사리분별이 되는 나이인 듯한데, 그 녀석은 나쁜 짓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그러고 있는 거죠. 근데 어른이 주의를 주지 않으면 어떡해요? 이대로 놔두면 본인은 나쁜 짓을 해도 괜찮은,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된다고요 …… 굳이 야단 치지 않아도 돼요. 다만, 나쁜 짓을 하면 어떻게 되는지 그가 납득할 때까지 끈기 있게 몇 번이고 설명해야 해요.” (30쪽)
“누가 구슬땀 흘려가며 일해서 번 돈을 불쾌한 악동한테 준대?” “저기요, 너무 어른스럽지 못 하잖아요.” “봤지? 불쾌한 녀석은 미움 받기 때문에 손해 보는 거야. 지금 이런 상태론 넌 그 누구한테도 예쁨 받지 못 해. 그래도 괜찮다면 그냥 이대로 불쾌한 녀석으로 살든가.” (36쪽)
“죽으려고 맘만 먹으면 언제 죽어도 괜찮다, 난 5살 때 그 사실을 깨달은 뒤로 사는 게 편해졌어요.” (73쪽)
“주위가 달라져도 자신이 변하지 않으면 세계도 달라지지 않아. 난 이시무라 씨를 만나고 달라졌어. 이시무라 씨 덕분에 달라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나 자신이 변하고자 했기 때문에 달라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 이시무라 씨가 그렇게 믿게 해줬어.” (13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