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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씨 미안해요 ㅣ 창비시선 347
김중일 지음 / 창비 / 2012년 4월
평점 :
숲노래 노래책
노래책시렁 170
《아무튼 씨 미안해요》
김중일
창비
2012.4.25.
모든 사람이 두세 가지를, 서너 가지를, 열스무 가지를, 온 가지를 다 잘 해낸다면 어떠할까 하고 생각해 봅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다 잘 해내어도 멋진 터전이 될 만합니다. 누구나 무엇이든 썩 잘 해내지 못할 적에도, 그러니까 한 사람이 고작 한 가지만 잘 해내어도 즐거운 터전이 될 만해요. 어느 사람은 한 가지조차 못 하는구나 싶어도 사랑스러운 터전이 될 테고요. 아기를 잘 돌볼 줄 몰라도 됩니다. 아기를 사랑하면 돼요. 글을 잘 쓸 줄 몰라도 좋습니다. 글을 사랑하면 돼요. 풀꽃나무나 숲이 어떤 마음인가 읽지 못해도 좋지요. 그저 풀꽃나무하고 숲을 사랑하면 넉넉합니다. 《아무튼 씨 미안해요》를 쓴 노래님은 왜 꾸벅꾸벅해야 할까요. 누구한테 꾸벅꾸벅하는 몸짓일까요. 고요히 숨을 돌리면서 오늘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두 손에 두 가지를 다 쥐려고 하기보다는, 두 손이 텅텅 비어도 외려 넉넉할 수 있으니, 손에서 힘을 빼면 좋겠어요. 때로는 힘있게 나아가도 좋을 텐데, 굳이 힘을 넣으려 하지 않아도, 우리가 이 별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동안에는 늘 힘이 흘러나와요. 부드러이 흘러나오는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노래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 이제 난 이렇게 날개까지 버젓이 달았는데, 수천 개의 초록 혀를 빼문 마로니에 그늘이 작고 깊은 못을 만들고 있다. (황색 날개를 달고 우리는/90쪽)
한국어로 점잖게 표현하자면, ‘아주 근사’하죠. 말해 뭐합니까. 나의 1977년식 파밀리아레. (품/107쪽)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