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2.18.


《사과에 대한 고집》

 다니카와 슌타로 글/요시카와 나기 옮김, 비채, 2015.4.24.



엊저녁에 고흥에 닿았다. 아무래도 택시를 불러야 할 듯싶어, 택시에 실을 짐을 저자마실을 하면서 챙기는데, 집에 와서 씻을 무렵 곰곰이 생각하니 뭔가 하나 빠진 듯하다. 그래, 가게에서 커다란 꾸러미를 그대로 놓고 왔구나. 부랴부랴 가게에 전화해서 이튿날 찾아가겠다고 말한다. 이튿날인 오늘, 다리도 몸도 무거워 등허리를 펴며 쉬노라니 읍내에 나갈 버스를 17시에 겨우 탄다. 우체국에 들러 글월을 부치고 가게에 가니 “할머니들이 작은 짐을 깜빡하고 가는 일은 흔하지만, 이렇게 큰 짐을 놓고 간 사람은 처음이네요.” 한다. 졸리고 힘들기에 《사과에 대한 고집》을 챙겨서 나왔으나 시골버스에서 읽다가 덮고서 눈을 감는다. 옮김말이 썩 매끄럽지 않다. 이웃나라 책을 옮길 적에는 ‘무늬만 한글’이 아닌 ‘우리말’로 옮길 수 없을까? 교수님이나 작가님이 아닌, 아이를 돌보는 아줌마 아저씨가 ‘옮김이’로 일하면 좋겠다. 아이를 낳아 돌보는 사랑스럽고 고운 말결로 글자락을 추스르는 분이 글님으로 일하면 좋겠다. 집에 닿아 손발을 씻고 다시 눕는다. 오늘도 별이 빛난다. 작은아이가 “오늘 눈썹달이 떴는데 가만히 보면 동그란 달 모습이 다 보여요.” 한다. 그래, 아무리 가늘게 비추는 달이어도 온모습을 다 볼 수 있단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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