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배울 수 있기에 밤에 포근히 잠들고, 배운 하루였기에 이튿날 아침에 씩씩하게 깨어나지 싶습니다. 배울 수 없기에 밤에 잠들더라도 포근한 숨결하고 멀어지고, 배운 하루를 바라지 않기에 이튿날 아침을 새날로 여기는 마음하고 동떨어지지 싶습니다. 대단하구나 싶은 길을 배워야 하지 않습니다. 즐겁게 노는 마음을 배우면 돼요. 엄청나구나 싶은 책을 읽어서 배워야 하지 않아요. 어린이랑 손잡고 살림을 노래하는 기쁜 하루를 차근차근 배우면 넉넉해요. 삶이란 이런 길 아닐까요?


참말로 일을 안 하는 남녘 어린이는 앞으로 슬기롭거나 씩씩하거나 튼튼하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운 마을일꾼·집일꾼·나라일꾼·누리일꾼이 될 수 있을까요? 손에 물을 안 묻히고서 시험공부만 잘 하는 아이들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어떤 몫을 맡을까요? 밥을 할 줄 모르고, 옷을 기울 줄 모르며, 집을 지을 줄 모르는 아이들이 앞으로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일을 고되게 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참말로 일을 고되게 해서는 안 되지요. 그러나 일을 모르기에 놀이를 모르지 싶습니다. 즐거이 나누는 일하고 멀어지기에 즐거이 나누는 놀이하고도 멀어지는구나 싶습니다. (70∼71쪽)


삶길을 더 느끼고 싶다면 《이오덕 마음 읽기》(자연과생태, 2019)을 곁에 두어 보셔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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