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지음, 김경연 옮김 / 삐삐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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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

푸른책시렁 159


《열다섯 마리 개》

 앙드레 알렉시스

 김경연 옮김

 삐삐북스

 2020.9.1.



  《열다섯 마리 개》(앙드레 알렉시스/김경연 옮김, 삐삐북스, 2020)에는 열다섯 마리 개가 나옵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개를 놓고서 ‘마리’로 묶어도 될는지 살짝 아리송합니다. 처음에는 틀림없이 ‘그냥 개’였을 테지만, 어느 날부터 ‘사람마음이 스며든 개’가 되었거든요.


  겉모습으로는 개이니 “열다섯 마리 개”라 할 만하겠지요. 그렇지만 사람을 ‘마리’로 세지 않듯, 사람하고 같은 마음이 된 개라 한다면 더는 ‘마리’로 셀 수 없는 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다가 덮습니다. 조용히 돌아봅니다. 저는 어느 때부터인가 개도 고양이도 닭도 소도 ‘마리’로 세지 않습니다. ‘마리’는 ‘머리’하고 말밑이 같으니 나쁜 낱말은 아닙니다만, 사람이 아니라는 눈길로 가르는 뜻을 품은 낱말이에요.


  개도 고양이도 겉모습이 사람이 아닌 개요 고양이인 만큼 개랑 고양이를 ‘마리’로 세어도 되겠지요. 둘레에서 그렇게 세더라도 대수롭지 않습니다. 그저 저로서는 다 다른 겉모습이되 다 같은 숨결이 흐르는 사랑이라는 눈길로 바라보려 할 뿐입니다. 이러면서 짐승한테 ‘마리’란 말을 안 써 버릇하고, 두 아이를 건사하는 어버이입니다만, 두 아이가 갓난쟁이였을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이들한테 높임말을 써요. 때로는 아이들하고 저하고 말을 트면서 이야기하고요.


  개라는 마음이 아닌 사람이라는 마음이 스며든 개는 저마다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어느 개는 재미나거나 새롭게 삶을 바라보면서 보낼 수 있다고 여기고, 어느 개는 끔찍하면서 싫다고 여기면서 몸부림을 칩니다. 어느 개는 사람하고 말을 섞으면서 밥그릇을 챙기고, 어느 개는 사람하고 말이 아닌 마음을 나누면서 삶을 사랑하는 길을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겉모습으로 입은 몸뚱이로서만 사람이 아닌, 마음으로 싱그럽고 아름답게 사람이라면, 사람으로서 우리가 걷는 길은 어떤 무늬요 빛깔이며 결일까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짝짓기랑 돈벌기랑 힘얻기랑 이름내기랑 배움쌓기에 매인 목숨일까요? 우리는 사람으로서 사랑을 곱고 슬기로우면서 참하게 짓는 숨빛일까요?


  사람 사이에 말이 흐르지만, 막상 겉에서 맴돌며 마음으로 와닿지 못한 채 부스러지곤 합니다. 사람하고 나무 사이에 말이 흐르지 못한다고 여기기도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나무랑 말을 섞고 마음을 나누곤 합니다.


  무엇이 사람다운 길일까요? 무엇이 개답고 고양이다우며 나무다운 삶일까요? 사람은 마음을 품으면서 얼마나 빛날까요? 마음으로 빛나는 삶이라면 무엇을 한복판에 놓고서 하루를 맞이한다는 뜻일까요?


 ㅅㄴㄹ


“만약 동물이 인간의 지능을 갖는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 헤르메스가 말했다. (17쪽)


이렇게 조심하는 것은 인간들 때문이었다. 인간들이 꼭 위험한 것은 아니지만,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36쪽)


고양이나 다람쥐, 생쥐나 새들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면, 매즈논은 분명 그들과 소통하려고 애를 썼을 거다. 어떤 종이든 소통을 해보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69쪽)


“주인이 아니라면 너를 고통스럽게 할 거야. 어느 날 넌 고통을 받을 거야. 상대가 누군지 아는 게 언제나 더 낫지, 안 그래?” “네 생각은 이해해. 하지만 이 인간은 주인이 아니야. 난 니라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두렵지 않아.” (111쪽)


이미 창백한 존재들이 크림을 발라 더 창백하게 만드는 모습을 보고 벤지는 경악했다. 하얀색에 지위를 가져다주는 뭔가가 있는 걸까? (172쪽)


지상에서의 마지막 순간, 프린스는 사랑했고, 그 답례로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았다.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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