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세로 낱말퍼즐 3-1 - 3학년이 꼭 알아야 할 가로세로 낱말퍼즐
그루터기 지음 / 스쿨존(굿인포메이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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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43


《3학년이 꼭 알아야 할 가로세로 낱말퍼즐 3-1》

 그루터기 밑틀

 스쿨존

 2020.8.20.



학교 밖에서도 다양한 어휘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지만, 언어생활의 기초가 되는 낱말 학습은 모든 공부의 출발점인 교과서로 시작하기를 권합니다. 교과서는 그 학년이 알아야 할 지식의 기본이지만, 허투루 볼 수 없을 만큼 수준 높은 용어도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교 공부가 어렵다고 느끼는 이유입니다. (3쪽)


- 오랫동안 되풀이해서 몸에 익어 버린 행동. (비) 습관

- 물고기, 동물의 피 등에서 나는 역겹고 메스꺼운 냄새. 생선에서 많이 나요.

- 갑자기 화를 내면서 소리를 냅다 지르는 모습

- 친구나 친한 관계, 동료 간에 편하게 쓰는 말투. 또는 아랫사람에게 낮추어서 하는 말투를 말해요. (반) 높임말



아이가 일고여덟 살이 되면 어린배움터(초등학교)를 들어가야 한다. 이때에 아이들이 받는 배움책은 매우 낯설 만하지만, 웬만한 아이들은 어린이집이며 집이며 책숲에서 일찌감치 그림책을 보았을 테고 이야기책도 읽었을 테니 그렇게까지 어렵다 싶은 말은 없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런데 배움터에서 쓰는 배움책은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큰 나머지 차츰차츰 어려운 말을 일부러 섞는다. 배우는 길에 바탕이 되는 말을 조금씩 늘리는 길이 아닌, 어른 터전에서 그냥그냥 쓰는 일본스러운 한자말을 ‘가르쳐야 옳다’고 여긴다.


아직 이 나라에는 배움배탕말(기초학습어휘)이 제대로 안 섰다. 낱말만 더 많이 외우도록 내모는 흐름이다. 이 낱말을 바탕으로 저 낱말을 새로 엮어서 쓴다는 실마리를 못 밝힐 뿐 아니라, 집살림·옷살림·밥살림하고 얽히는 깊은 살림말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람이 서로 어우러지면서 생각을 빛내고 마음을 나누는 삶말을 알려주지 못한다. 이 모든 자리에서 쓰는 말을 그저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나 영어로 뭉뚱그린다.


그도 그럴 까닭은 배움책을 엮는 이들이 열린배움터(대학교)를 다니거나 마칠 적에 듣고 배운 말은 모조리 일본스러운 한자말이다. 어른 삶터에서 읽히고 읽는 책도 매한가지이다. 우리 마음을 우리 나름대로 생각해서 꽃피우는 말을 듣거나 배울 길이 없다시피 하다. ‘텃말(토박이말·순우리말)’을 알아야 한다는 소리가 아니다. 삶을 바탕으로 하는 말, 살림을 짓는 바탕이 되는 말, 이런 우리말을 듣거나 배울 길이 없는 채 열린배움터에 들어가서 길잡이(교사)가 된다는 소리이다.


《3학년이 꼭 알아야 할 가로세로 낱말퍼즐 3-1》(그루터기, 스쿨존, 2020) 우리 집 두 어린이(13살·10살)하고 함께 펴는데, 두 어린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못 풀었다. 두 어린이가 책을 여태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를 생각한다면 뜻밖일 테지만, 그럴 수 있겠다고 여겼다. 톨킨이 쓴 글을 다 읽는 어린이가 ‘배움책 말씨’를 못 알아본다는 소리이다. 가로세로 낱말풀이는 낱말을 익히는 재미나고 즐거운 놀이감이 될 만하다. 다만 배움책을 바탕으로, 여기에 국립국어원 뜻풀이를 엮어서 가로세로 낱말풀이를 짠다면, 어린이한테 너무 괴로운 짓을 떠맡기는 셈이 아닐까?


이 나라 배운책에는 “수준 높은 용어”가 없다. “수준이 없는 일본스러운 한자말이 가득할” 뿐이다. 삶말도 살림말도 사랑말도 없는 배움책에 나오는 낱말이 아닌, 어른이자 어버이로서 어린이하고 나눌 낱말로 가로세로 낱말풀이를 엮기를 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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