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기둥책숲 (2020.10.30.)

― 전주 〈에이커북스토어〉


  얼마 앞서 품앗이로 태어난 《책방을 꾸리는 중입니다》라는 책이 있습니다. 혼책(독립출판물)으로 나왔고, 품앗이를 거들었기에 진작 읽었는데, ‘전주책기둥도서관’에서 이 책을 쓰신 책집지기님이 이야기를 아침에 편다고 합니다. 저는 마침 엊저녁에 전주로 와서 하루를 묵었기에 전주시청에 있다는 책숲을 찾아가서 함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주책숲을 돌아보았습니다.


  전주시청은 밖에서 보기에도 앞마당을 너른 잔디밭에 나무숲으로 가꾸어 놓아서 보기좋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달리면서 놀더군요. 나무가 잘 자라 나무그늘이 좋기에 나무그늘에서 쉬는 사람도 많습니다. 고흥군청은 전주시청뿐 아니라 전남도청보다 커다랗게 지었는데, 이런 잔디밭이며 나무그늘은 하나도 없습니다. 더구나 ‘전주책기둥도서관’ 같은 책숲을 꾸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사람이 적기에, 또 젊은일꾼이나 책벗이 없기에, 고흥 같은 시골 군청이 헛발질을 한다고는 여기지 않습니다. 사람이 적더라도 마음이 있으면 얼마든지 아름살림으로 나아갑니다. 사람이 많더라도 마음이 없으면 밉살림으로 뒹굴어요.


  책집지기님 이야기를 마치고서 〈에이커북스토어〉를 함께 찾아갑니다. 디딤돌을 찬찬히 밟고 올라 햇볕이며 햇빛이 넉넉히 들어오는 조촐한 책집을 만납니다. 바깥에서 시끌벅적하더라도 이곳에 깃들면 바깥소리 아닌 책소리에 녹아들 만하겠네 싶어요.


  혼책으로 가득한 이곳은 호젓하게 찾아들어 책바람을 쐬고, 전주라는 고장에 흐르는 포근한 바람을 같이 누리면 좋겠지요. 한 해 두 해 잇는 살림이 책시렁에 묻어나고, 앞으로 이러한 살림을 하나둘 엮어서 새롭게 혼책 하나를 써내는 바탕이 되겠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길은 다 다릅니다. 일터를 다니며 일삯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 살림을 하며 아이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살아가는 길을 고스란히 글이며 그림이며 빛꽃이며 그림꽃이며 노래로 담아서 나눌 수 있습니다.


  올라온 디딤돌만큼 내려가는 디딤돌입니다. 바깥은 가을하늘이 파랗게 물듭니다. 안쪽은 파란하늘빛이 눈부시게 스며듭니다. 골목은 가을내음이 알록달록 젖어듭니다. 안쪽은 가을내음이 햇살을 타고 찾아듭니다. 이 걸음으로 마을을 읽고, 오늘을 읽습니다. 이 걸음으로 말을 읽고, 책을 읽습니다. 이 걸음으로 이웃을 만나고, 하늘을 누립니다.


  전주에서 보여주는 책빛을 여러 고장에서도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으리으리한 군청이나 시청이 아니라 ‘일하기 좋고, 쉬기 좋은 집’으로 꾸미면 좋겠어요. 열린터마다 잔디밭에 나무그늘이 어우러지면 좋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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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에서 뭐 해 먹고사냐 하시면 아마도책방이겠지요》(수진, 아마도책방, 2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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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쓰고 “말꽃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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