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4.
《좋아서, 혼자서》
윤동희 글, 달, 2019.12.30.
빨래터 아랫샘을 치운다. 어제는 바람이 되게 셌지만 오늘은 보드랍다. 빨래터 윗샘도 치워야겠지만 다에날 하기로 한다. 복닥복닥 집일을 하고 마을일까지 마치고서 함씽씽이(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간다. 전주 이웃님이 손전화로 닭집 꽃종이(쿠폰)를 보내 주었는데 시골에서도 바꿀 수 있나 궁금하다. 마침 꽃종이 닭집이 고흥읍에 있고, 되는지 물으니 된단다. 두 아이하고 곁님을 헤아려 한 마리를 더 시킨다. 그런데 부피가 참 작다. 이렇게 작은가? 값은 제법 되는데? 그래 그렇구나 생각하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함씽씽이는 천천히 달린다. 굽이길을 느긋하게 가니 좋다. 건널목 하나조차 없는 시골길이니 느슨히 가도 느리지 않다. 아이들을 재우고 하루를 돌아보며 《좋아서, 혼자서》를 떠올린다. 2000년이나 2010년 무렵만 해도 이러한 말은 섣불리 하기 어려웠다면, 2020년을 넘어서는 이즈음에는 이 말씨가 제법 퍼진다. 마땅한 노릇인데 스스로 즐거울 길을 가야 맞다. 다른 눈치 아닌 스스로 마음을 읽으면서 가면 된다. 책쓴님은 서울에서 스스로 좋은 길을 가겠지. 부디 그 길이 멋길보다는 푸른길이면 좋겠는데, 남한테 이런 길을 바랄 까닭 없이 내가 선 이 자리에서 스스로 푸른길을 가면 되겠지. 시골 밤하늘은 미리내잔치이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