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11.2.


《비 오는 날에는 귀신이 나타난다》

 모로호시 다이지로 글·그림/고현진 옮김, 애니북스, 2019.10.25.



책숲 얘기글월(소식지)을 꾸민다. 지난달에 이어 겉뜨기(복사) 아닌 새로찍기(인쇄)로 한다. 지난달에는 열세 살 큰아이 그림을 담았고, 이달에는 열 살 작은아이 그림을 담는다. 두 아이 그림을 본 분들은 “어디서 그림을 배웠어요?”나 “누가 그림을 가르쳤어요?” 하고 묻지만, 아이들은 그저 스스로 그리고 싶어 스스로 붓을 놀리며 살아왔다. 어느 누구도 아이들더러 ‘이렇게 그려라’나 ‘저렇게 고쳐라’ 하고 말하지 않았기에, 이 아이들 그림은 매우 홀가분하다. 그림배움터 분들한테는 안된 말씀이지만, 그림님이 되려면 그림배움터를 다니면 안 되고, 그림스승을 두어서도 안 된다. 글님이 될 적에도 글배움터나 글스승이 없어야 한다. 밥을 맛있게 짓는 길은 그저 스스로 즐겁게 지으면 될 뿐이다. 글이랑 그림도 똑같다. 《비 오는 날에는 귀신이 나타난다》를 다 읽고서 제법 오래 책상맡에 쌓아 놓았다고 느낀다. 큰아이가 “아버지, 이렇게 잔뜩 쌓은 만화책 언제 치워요?” 하고 묻는다. 아아, 언제 치우려나? 이 만화책에 나오는 말씨를 갈무리해 놓아야 치울 텐데. 모로호시 다이지로 님이 빚는 만화에 나오는 ‘귀신’은 우리 이웃이자 동무이자, 바로 우리 스스로이기도 하다고 느낀다. 귀신이란 따로 없으니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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