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9, 7, 6, 4, 2, 1.5 : 전북 전주라는 고장에서 길손집에 깃들어 하루를 묵은 지 꽤 된다. 아마 2002년부터였을까. 돌이키면 거의 해마다 전주에 여러 볼일로 찾아와서 늘 다른 길손집에서 묵었을 텐데 늘 하룻삯이 달랐다. 가장 많이 치른 때는 하루 9만 원, 오늘 2020년 10월 29일 어느 길손집은 1.5만 원인데, 참말로 하늘땅처럼 벌어진다. 그렇다고 9만 원을 치르고 묵은 집이 넓거나 시원하거나 좋지 않았다. 외려 오늘 묵는 1.5만 원짜리 길손집이 가장 넓고 가장 시원하고 가장 화학약품 냄새가 적구나 싶다. 웃기면 웃기지만 곰곰이 따지면 참으로 겉속이 다른 우리네 모습이지 싶다. 우리는 저마다 어떤 보금자리를 가꾸는가? 우리는 스스로 어떤 삶길을 걸을까? 이웃님이 하룻삯을 대주어 하루 25만 원짜리 칸이나 하루 10만 원짜리 칸에서 묵은 적이 몇 날 있는데 그러한 곳이 썩 좋지 않았다. 값은 제법 나가지만 별을 볼 수 없을 뿐더러, 창문을 열어 바깥바람을 쐴 수도 없더라. 마당도 없고 나무를 쓰다듬을 수 없는 곳에서 하룻밤을 묵고서 100만 원을 치른들 무엇이 좋을까? 맨발로 풀밭을 거닐다가 풀벌레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일 틈이 없다면 그곳이 하룻밤 1000만 원이라 한들 뭐가 대단할까? 아늑한 잠자리란 무엇일는지, 참으로 밑바닥부터 다시 생각하는 이 나라가 되기를 빈다. 2020.10.29.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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