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403


《보리피리》

 한하운 글

 인간사

 1955.5.30.



  인천에서 태어나 살아가면서 한하운 님이 인천에 터를 잡고서 이녁처럼 몸이 아픈 이를 돌보는 길을 걸은 줄 몰랐습니다. 중·고등학교 국어 갈래에서 ‘보리피리’란 시를 가르치긴 했어도 정작 이녁이 어떤 삶이요 어떤 길이며 어떤 꿈으로 하루를 지냈는가를 밝혀 주지 않더군요. 2011년에 삶터를 고흥으로 옮기니 ‘소록도’가 그곳에 있지 않느냐고 《당신들의 천국》이 고흥 한켠을 그렸다는 말을 곧잘 듣습니다. 그러나 고흥에서도 이 대목을 놓고서 딱히 이야기를 들은 일이 없습니다. 고흥군 행정은 천경자 님 그림을 ‘비가 새는 헛간’에 처박아 놓았다가 천경자 님 따님한테 돌려주었는걸요. 《보리피리》란 얇은 시집을 퍽 예전에 헌책집에서 장만했습니다. 새하얀 종이에 반듯반듯한 짜임새로 나오는 요즈음 판도 있습니다만, 어쩐지 해묵고 얇고 빛바랜 시집에 마음이 끌려 목돈을 들여 건사해 놓았어요. 한 줄을 쓰려고 흘렸을 땀을 생각했습니다. 한 마디를 담으려고 쏟았을 눈물을 떠올렸습니다. 비로소 한 꼭지를 마무르면서 피어났을 무지개를 그렸습니다. 문화는 돈으로 세우지 못합니다. 우람한 문화회관이나 예술회관이 서야 우리 살림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누구나 곱게 풀피리를 부를 수 있는 터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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