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할아버지 5
네코마키 지음, 오경화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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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푸른책/숲노래 만화책

젊은이가 바라보는 길



《고양이와 할아버지 5》

 네코마키

 오경화 옮김

 미우

 2019.5.31.



  돌개바람이 불기 앞서 농약드론에 능약헬기를 띄우는 소리로 시끄러웠습니다. 돌개바람이 지나가고서 다시금 농약드론에 농약헬기를 날리는 소리로 귀가 따갑습니다. 이제 웬만한 시골에서는 손수 농약을 치기가 어려울 만큼 할매 할배가 나이가 들었습니다. 농협에 돈을 주고서 농약드론하고 농약헬기를 쓰곤 합니다.



“타마야, 비 오기 전에 성묘 다녀올까?” (18쪽)



  농협은 무인헬기하고 드론으로 농약을 뿌리는 길을 닦으면서 돈을 법니다. 어쩌면 농약헬기랑 농약드론을 다루는 ‘젊은이 일거리’를 늘리는 셈일는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기로 해요. 농약을 뿌리는 무인헬기하고 드론을 다루는 일거리를 늘리면 시골살이가 즐거울까요? 이러한 일거리를 맡도록 젊은이를 시골로 끌어들이면 아름다울까요?



“아휴, 귀여워라. 이리 온. 이리 온.” “키득키득. 고양이한테 말 걸었는데 얘가 도망갔어.” (31쪽)



  나라하고 지자체에서는 젊은이가 시골에 갈 수 있도록 여러모로 돈을 쓴다고 합니다만, 어디에 어떻게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웬만한 시골마다 비슷한데, 시골로 가려는 젊은이는 드뭅니다. 일거리가 없기에 시골로 안 간다고도 하고, 시골살이를 몰라서 안 가기도 하고, 어두운 밤이나 조용한 낮이 두렵다고도 하고, 풀꽃나무를 하나도 모른다고도 합니다. 《고양이와 할아버지 5》(네코마키/오경화 옮김, 미우, 2019)을 펴면, 조그마한 섬마을에 새롭게 깃드는 젊은이 이야기가 흐릅니다. 처음에는 섬마을 할아버지하고 고양이 이야기였다가 차츰 ‘섬마을을 사랑하려는 젊은이’ 쪽으로 줄거리가 바뀝니다.



“그 반지, 어디서 났어?” “남편이 준 선물이야.” “어머, 부럽네. 어디서 샀어?” “어제 긴자 간 김에 사다 줬어.” “긴자? 그것, 긴자에서 산 거야? 얼마 줬어?” “그건 좀∼, 밝힐 만한 게 못 돼서.” “되게 비싸구나?” (93쪽)



  만화책 이야기는 그저 만화책에나 있는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우리 삶에서 흐르는 이야기를 만화로도 옮길 수 있고요. 어느 쪽이든 좋습니다. 섬마을이건 시골이건 멧골이건 숲이건, 젊은이가 서울이며 큰고장을 스스로 떠나 고즈넉하면서 아기자기하고 푸르게 너울거리는 바람을 맞아들이는 길을 간다면 반갑지요.


  흔히들 말하기를, 돈을 벌려면 서울에 가야 한다지요. 그런데 있잖아요, 서울에서는 돈벌이가 많겠지만, 그만큼 돈쓸거리도 많아요. 많이 벌수록 많이 써야 하는 얼거리가 서울입니다. 시골이라면 돈벌거리가 적다고 하지만, 돈쓸거리도 적어요. 많이 벌어 많이 쓰도록 돌리는 서울이라면, 적게 벌어 적게 쓰도록 흐르는 시골입니다. 시골에서는 때때로 안 벌고 안 써도 느긋하게 살림할 만해요.


  이 대목을 함께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구태여 벌어야 할까요? 굳이 회사원이나 공장노동자가 되어야 하나요? 애써 초중고등학교랑 대학교랑 대학원이랑 유학을 거쳐야 하는지요?


  삶을 배우고 살림을 익히면 즐겁지 않을까요? 사랑을 나누고 슬기를 펴면 아름답지 않을까요? 새롭게 피어나는 마음이 되어 하루를 싱그러이 누릴 적에 이 땅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보람을 맛보지 않을까요?



“아뇨. 전 이미 이 섬의 의사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다만, 교수님께 은혜를 갚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봄까지는 교수님 밑에서 일하려구요. 그리고 봄에 정식 의사가 되어 여기로 돌아와, 여러분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요.” (110쪽)



  때맞춰 농약을 뿌리는 길을 펴야 농협이나 농림부 노릇이 될는지 궁금합니다. 이제는 농약이 없이, 또 비닐이 없이, 또 농기계가 없이, 또 돈을 들이는 일이 없이, 누구나 스스로 조촐히 흙살림을 이루는 길을 헤아려서 함께할 적에 참다운 농협이나 농림부 노릇이 아닐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이 손도 안 대고 기계로 척척 유리온실에서 물로 푸성귀를 뽑아내는 ‘스마트팜’이 아니라, 사람이 날마다 방긋방긋 웃고 노래하는 손길로 보드라이 풀꽃나무를 어루만지면서 하루를 짓는 ‘숲살림’으로 나아가기를 빕니다.



“젊었을 땐 본섬에 물고기 팔러 나갔는데, 이젠 그 반대가 됐네. 그야말로 우리 어머니 시대엔 이고 지고 기차도 타고, 리어카도 끌고 다니며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었는데, 이렇게 와주니 얼마나 좋아. 고마워. 꿈의 자동차야.” (129쪽)



  꿈이란 무엇일까요? 꿈은 누가 꿀까요? 젊은이는 무엇을 꿈꾸면서 스스로 피어날 만할까요? 나이든 사람은 어떤 꿈으로 삶을 마감하는 보람으로 걸어갈 적에 홀가분하게 꽃 한 송이가 될까요?


  이제는 ‘밑살림돈(기본소득)’ 이야기가 차츰 불거지고 무르익는데, 이 밑살림돈을 시골부터 하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복지 저런 지원사업이란 이름을 싹 걷어내고서, 누구나 시골에 몸을 깃들어 살림한다고 할 적에 ‘시골 밑살림돈’을 주면 되리라 생각합니다.


  아주 쉬워요. 시골 어르신이 다달이 50만 원씩 ‘시골 밑살림돈’을 받으신다면 굳이 농약이나 비닐을 쳐야 할 까닭이 없을 만합니다. 농약이나 비닐을 안 쓰고서 거둔 ‘조금 못생겨 보이거나 조금 작아 보이는’ 푸성귀하고 열매를 서울이웃이 스스럼없이 장만하는 길을 연다면, 참말로 시골 어르신이 농협에 돈을 주고서 농약드론하고 농약헬기를 띄울 까닭이 없습니다.


  더 생각해 보지요. 농약드론하고 농약헬기가 춤추느라 멧새가 죽고 벌나비가 죽으며 풀벌레에 개구리까지 몽땅 죽어서 ‘고요한 땅(레이첼 카슨이 쓴 《침묵의 봄》 같은 땅)’이 되는 시골에 찾아와서 아이를 낳으려는 젊은이란 없습니다. 아이들이 맨발로 뛰놀다 넘어져도 무릎이 안 깨지는 너른 들이며 풀밭이며 숲이 있을 적에 비로소 젊은이가 시골로 찾아와서 아이를 낳겠지요. 그리고 ‘시골 밑살림돈’이란 이름 하나로 다달이 50만 원을 주면 되어요. 이런 육아지원금 저런 자녀양육비란 이름은 다 부질없습니다. 유치원하고 학교에 갖다 바치는 돈이 아닌, 수수하게 시골살이를 하는 젊은이가 조용하면서 차분하고도 조촐하게 스스로 살림을 짓는 길을 조금씩 이바지하면 됩니다.



“이 섬을 사랑해 주는 젊은이들이 늘어난다는 건 고마운 일이지.” “암, 그렇고 말고.” (173쪽)



  한 걸음 두 걸음 이어가는 만화책 《고양이와 할아버지》는 뭐 대단하다 싶은 줄거리를 안 다룹니다. 그저 고양이 이야기에, 그냥 할아버지 이야기에, 고만고만한 섬 이야기에, 어디에나 있는 마을 이야기에, 흔하고 너른 삶 이야기를 짚습니다. 삶이 있기에 꿈을 품고, 꿈을 품기에 사랑을 길어올리며, 사랑을 길어올리기에 보금자리를 가꿉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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