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이란 무엇이고 글쓰기란 무엇일까요?
‘글을 쓰는 길’을 놓고서
조금 더 부드러이 밝히려 합니다.
그리고 오늘날 같은 때에는
서로 만나기 어려운 만큼,
이렇게 누리판에서 누리집에 띄우는 글로,
이야기를 엮으려고 합니다.
이렇게 갈무리하고서
《나는 글쓰는 사람입니다》란 이름을 붙여
‘글을 쓰는 길’ 이야기를
책으로 여미려고 생각합니다.
즐거이 누려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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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는 사람] 2. 보여주기
잘 쓴 글이나 못 쓴 글이란 없습니다만, 때로는 ‘잘 쓴 글’하고 ‘못 쓴 글’을 가르곤 합니다. 먼저 ‘잘 쓴 글’이란 우리 스스로 우리 삶을 즐기고 사랑하면서 스스럼없이 쓴 글입니다. 다음으로 ‘못 쓴 글’이란 우리 삶을 즐기거나 사랑하지 못한 채 쓴 글이거나, 우리 삶을 감추거나 꾸며서 쓴 글이거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베끼거나 흉내내거나 따라하듯 쓴 글이거나, 남한테 보여주려고 쓴 글입니다.
아기 이야기를 다시 해본다면, 아기는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목을 가누거나 젖을 빨거나 뒤집기를 하거나 기거나 서거나 걷지 않아요. 아기는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웃지 않아요. 다만, 아기가 울 적에는 좀 다를는지 모르나, 아기는 스스로 바라는 길이 있어서 하나하나 나아갑니다.
우리가 쓴 우리 글을 왜 남한테 보여주어야 할까요? 우리가 쓴 우리 글은 바로 우리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면서 우리 삶을 새롭게 읽도록 스스로 되새기려는 이야기꾸러미이지 않은지요?
글은 보여주어도 되지만, 굳이 보여줄 까닭이 없기도 합니다. 우리가 쓴 글을 보여주고 싶다면 ‘우리 마음을 보여주고 싶을 때’이면 됩니다. 내가 스스로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가고 사랑하고 살림하는가를 마음으로 이야기하고 싶을 적에 ‘우리가 쓴 글을 비로소 보여줍’니다. 우리 삶을 자랑하려고 글을 보여주지 않아요. 내가 쓴 글이 멋지거나 그럴싸하거나 훌륭하거나 대단하다고 여기면서 남한테 보여주어야 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공모전이나 신춘문예 같은 데에 붙을 뜻으로 쓰는 글은 ‘글이 아니’라고 할 만해요. 돈이나 이름이나 힘을 얻으려고 써서 보여주려고 한다면 ‘자랑·겉치레·꾸밈질·흉내’에 그칩니다.
우리는 바로 우리 스스로 읽으려는 뜻으로 글을 씁니다. 때로는 곁님이나 아이나 어버이나 동무한테 ‘난 이렇게 생각해’라든지 ‘내 마음은 이래’ 하고 이야기하려고 글을 써서 보여줄 수 있어요.
이러한 길을 헤아릴 수 있다 싶으면 비로소 붓을 들어요. 이러한 길을 다스릴 수 있구나 싶으면 이제 셈틀을 켜서 글판을 쳐요. 아직 이러한 길을 모르겠다면 붓을 내려놓아요. 좀처럼 이러한 길이 갈피가 안 잡힌다면 셈틀을 켜지 마요.
글감은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됩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는 애써 안 따져도 됩니다. ‘표현기법’이나 ‘수사법’은 배우지 맙시다. 오직 우리 삶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마음에 담기를 바라요. 우리가 쓸 글이란 우리 삶이요, 우리가 쓴 글을 읽을 사람은 바로 우리 스스로입니다. 이 대목을 제대로 헤아려서 깊디깊이 깨달았다면 언제라도 무슨 이야기이든 글을 쓸 만합니다.
― 나는 내가 스스로 살아가며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고 싶어서 스스럼없이 글을 써서 보여준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