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 함께하는 세상 1
채인선 지음, 노석미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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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책읽기

책으로 삶읽기 613


《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

 채인선 글

 노석미 그림

 뜨인돌어린이

 2017.4.12.



교육부 장관의 얼굴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웬 수선인가 하는 기색이 비쳤다. 대책 회의라며 왜 일반인들을 불렀는지도 알 수 없었다. 대통령이 간단히 잘라 말했다. (17쪽)


그의 말에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을 변호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의 교육 모토가 ‘행복 교육’입니다. 정부도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특별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19쪽)


“우리는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습니다. 행복이 가 버리면 우리에게는 아무 희망도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행복과 함께 떠나겠습니다.” (34쪽)


스님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건 혼란을 넘어서서 재앙이 될 것입니다. 재앙은 아무도 수습할 수 없고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지금 이 모습이야말로 대통령으로서 가장 자신 없는 모습입니다.” “내가 행복을 받아들이면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삶을 부정하는 꼴입니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습니다.” (55쪽)



《행복이 행복해지기 위해》(채인선, 뜨인돌어린이, 2017)를 읽은 지 이태가 지난다. 곰곰이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어린이한테 읽힐 글이 아닌 어른한테 읽힐 글이다. 어린이는 ‘기쁨이(행복)’라는 사람이 마을을 떠나든 말든 대수롭지 않다. 어린이 스스로 기쁨이란 숨결인걸. 어린이는 스스로 빛나면서 기쁨이요, 어른이란 사람도 아기로 태어나 어린이란 몸으로 살았기에, ‘어른 = 스스로 기쁨이인 줄 잊은 사람’이라 할 만하다. 이 대목을 여러모로 짚으려고 한 이야기책이지 싶은데, 어린이가 읽기에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말씨가 많다. 그리고 어린이 스스로 기쁨이란 삶을 놀이로 찾고 누리면 될 노릇인데, 좀 어른 눈길로 틀을 지으려 하고, 대통령이나 교육부장관이라는 정치를 굳이 끌어들였으며, 스님 한 사람을 지나치게 치켜세우기도 한다.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며 기쁜 웃음을 짓고 나눌 적에 비로소 보람을 누린다고 할 테지만, 그러자면 이 나라 입시지옥이며 전쟁무기 같은 대목을 반드시 짚어야겠지. 입시지옥으로 짓누르며 스스로 평화와 평등뿐 아니라 기쁨하고 등질 뿐 아니라, 어린이한테서 놀이를 빼앗았는걸. 전쟁무기에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으면서 나라살림이 거덜나는 판이지. 게다가 전쟁무기를 ‘국방산업’이란 이름을 들씌워 숱한 어른은 이 국방산업으로 돈을 버는 일자리를 누리기까지 한다. 기쁨이는 우리 스스로인데, 우리 바깥에 있는 어떤 기쁨이가 떠날 수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 기쁨이인 줄 잊기에 이 나라가 찌들거나 무너지는 길을 갈 뿐이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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