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81
《鄕歌麗謠新釋》
지헌영 글
정음사
1947.8.15.
신라 무렵에 흐르던 노래를 한문으로 옮긴 ‘향가’라 하고, 고려 무렵에 돌던 노래를 한문으로 남긴 ‘여요’라 합니다. 한문으로 옮긴 노래는 한문을 알아야 새깁니다. 이 옛노래를 놓고 우리보다 일본에서 더 눈길을 두었어요. 일본사람이 새긴 이야기가 나돌자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우리 나름대로 다시 새기거나 읽으려고도 했습니다. 1945년에 일본한테서 풀려난 뒤에 숱한 글님은 이 신라 노래하고 고려 노래를 다시금 새겨 보려 했고, 이런 땀방울 가운데 하나가 《鄕歌麗謠新釋》으로 태어납니다. 한문도 일본글도 아닌 한글로 새기면서 옮기려던 옛노래인데요, 1947년이라 아직 일제강점기 티를 벗기 어려워 온통 한자로 책을 여미어야 했을까요? ‘新釋’이 아닌 ‘새풀이’나 ‘새로새김’ 같은 이름을 쓰자는 생각을 곧장 하기는 어려웠을까요? 정치를 옭아매던 사슬이 풀리기에 나라나 삶이 풀리지는 않습니다. 삶을 나타내고 마을이며 나라를 이루는 길에 우리 생각을 펴는 말글부터 슬기롭고 상냥하면서 새롭게 풀 적에 비로소 사슬터를 아름터로 바꾸어 낸다고 느껴요. 일본 글님은 일제강점기에 우리 옛노래도 풀이했지만 시골 일노래·놀이노래를 그러모으기도 했습니다. 이 나라 글님은 퍽 창피합니다.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