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73


《夜間飛行》

 サン·テグジュペリ 글

 堀口大學 옮김

 第一書房

 1935.5.3. 1벌/1942.7.20. 5벌



  서울 홍제동 한켠에 있다가 사라진 〈대양서점〉에서 《夜間飛行》이라는 일본책을 처음 만났습니다. 2000년대 한복판이었을 텐데, 조금 섬찟했어요. 프랑스사람 생텍쥐페리 님은 프랑스말로 “Vol de Nuit”라는 이름을 붙여서 1931년에 책을 냈고, 일본에서는 1935년에 호리구치 다이가쿠(堀口大學 1892∼1982) 님이 일본글로 옮깁니다. 우리나라는 일본사람이 붙인 책이름을 고스란히 옮긴 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숱한 ‘세계명작’은 거의 일본사람이 일본글이나 일본 한자말로 옮긴 이름이곤 합니다. ‘세계명작’이란 이름부터 일본사람이 지은 한자말이지요. “밤을 날다”일 텐데, “밤에 날다”일 테고, “나는 밤”이나 “밤하늘”일 테지만, 일제강점기나 해방이나 오늘에 이르기까지 아직 우리 스스로 생각을 살찌우고 우리 나름대로 생각을 키우는 길은 쭈뼛쭈뼛이로구나 싶어요. 밤에 날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밤날개를 달고서 마주한 밤빛은 어떤 숨결이었을까요. 2031년에 100돌을 맞이할 “Vol de Nuit”는 그즈음에 밤무지개를 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새롭게 밤노래가 흐르고, 새삼스레 밤나비가 되어 고즈넉하면서 포근한, 애틋하면서 아득한 이야기 씨앗을 심어 주면 좋겠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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