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7.26.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 내일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해요》

 길상호 글, 걷는사람, 2019.9.30.



며칠 앞서 광주마실을 하는 길에 〈검은책방흰책방〉을 찾아갔다. 문학을 사랑하는 지기님은 오롯이 시집이랑 소설책이랑 수필책으로, 때로는 고양이 책하고 여러 가지 인문책으로 그 터를 가꾸신다. 구석구석 스민 손길을 느끼며 어떤 시집을 챙길까 하고 살피다가 《오늘의 이야기는 끝이 났어요》를 집었고, 그날 밤에 읽는데, 글줄마다 턱턱 걸렸다. 글이랑 글을 너무 짜맞춘 티가 난달까. 왜 글을 짜맞추어야 할까. 왜 글을 문학스럽게 꾸며야 할까. 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면 저마다 다른 목소리로 펴면 된다. 들려줄 말이 있으면 저마다 새로운 가락으로 노래하면 된다. 틀에 매거나 얽어야 하지 않은데, 왜 시라고 하는 글은 꼭 이렇게 해야 문학스럽다고 여길까? 문학상을 받는 시를 보면 하나같이 ‘틀’이 있고, 이 틀을 따르지 않으면 문학상은커녕 시집으로 태어나지도 못한다. 졸업장을 주는 학교 같은 문학이다. 대학입시처럼 줄세우는 문학판이다. 비가 와도 비에 젖지 않으면서 비에 젖은 척을 하는 문학이고, 볕이 나도 볕바라기를 않으면서 해바라기만 읊는 문학이다. 우리 언제쯤 울타리를 허무는 오늘이 될까. 우리 앞으로 허물없이 춤추고 놀 줄 아는 어린이다운 눈빛으로 이야기를 꽃이푸는 나날이 될 수 있을까.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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