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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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 온갖 목소리가 춤춘다. 나는 무슨 목소리를 낼 만할까. “너 하나 이 판에 발도 못 붙이게 하는 건 일도 아니야” 같은 이야기를 숱하게 들으면서 살았다. 위계질서·상하복종이라는 굴레를 짜서 ‘그들끼리 돌라먹기’를 하는 판에서는 “너도 이리 오면 편한데, 왜 자꾸 ‘딴 목소리’를 내려고 해?” 하면서 우리도 입을 꾹 다물고서 ‘한통속’이 되자고들 한다. 스스로 ‘어른(어르신·선생)’이라 이르는 이들치고서 믿거나 따를 만한 사람은 없다고 느끼면서 살았다. ‘그들끼리 돌라먹기’라는 ‘위계질서·상하복종 굴레’에서는 아무련 평화도 평등도 민주도 통일도 찾아보지 못했다. 언제나 허울·껍데기·겉치레·알랑방귀만 가득했구나 싶더라. 이 엉킨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하고 생각하며 두 아이를 돌보는 나날인데, 여성도 남성도 사람답게 사랑스레 살아가는 길이 되자면, 너나없이 어릴 적부터 ‘살림짓기·집안일하기·밥옷집 자급자족하는 길 익히기·풀꽃나무하고 마음으로 이야기를 하면서 흙을 아끼기’ 같은, 먼먼 옛날부터 수수한 보금자리에서 누구나 물려주고 물려받은 길을 어버이랑 아이가 함께하면 조금씩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가만 보면, 그들 모든 ‘권력·위계·강압으로 윽박지르고 추행·폭행을 일삼는 이들(거의 남성입니다만)’은 어릴 적부터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면서 밥을 먹고 옷을 입은 나날이지 싶다. 언제나 여성(으레 어머니·나중에는 짝꿍·이다음에는 가정부)이 다 해주고 돌봐 주고 바치는 나날이었구나 싶고. 민주인사·진보인사라는 분 가운데 설거지나 걸레질이나마 해본 이가 있을까. 그저 그렇다. 그래서 이제는 목소리를 제대로 낼 때라고 본다. “사회운동을 하기 앞서 아기한테 젖병을 물리고, 아기를 씻기고, 아기 기저귀를 갈아라.”라든지 “노동운동을 하기 앞서 집안일부터 하고, 집살림부터 가꾸어라.”라든지 “평화운동을 하기 앞서 마당에 풀꽃나무를 심고 돌보고 사랑하는 하루를 보내라.”라든지 “민주운동을 하기 앞서 밥짓기·빨래하기·비질 걸레질쯤은 스스로 다 해라.” 같은, 이런 목소리를 내기도 해야지 싶다. 2020.7.13.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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