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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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는 유월처럼 (2017.6.18.)

― 전주 〈유월의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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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월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습니다. 십이월이란 달도 좋아하거나 싫어하지 않아요. 유월은 유월으로 여기고 십이월은 십이월로 느낍니다. 어느 달 하나만 좋아하거나 싫어하기에는 다른 열한 달이 서운해 하거나 섭섭해 하거든요.


2016년에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을 마무르고서 2017년 올해에는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하고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두 가지를 함께 마무리하느라 하루조차 쉴틈이 없습니다. 여느 책을 쓰는 분이라면 다음 책을 헤아리며 쉴틈을 둘는지 몰라도, 사전은 마무리가 없이 날마다 보태고 기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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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나요? 하루도 안 쉬고 일하려면?” 하고 묻는 이웃님한테 “저는 하루조차 쉴 생각이 없이 태어났다고 여겨요. 저한테는 일하는 틈이 쉬는 틈인걸요. 아이를 돌보며 같이 놀고 자전거를 달리고 씻기고 입히고 먹이는 살림이 고스란히 쉬는 틈이곤 해요. 아이를 재우다가 같이 곯아떨어지고, 이내 번쩍 일어나서 일손을 잡고, 내내 그렇게 살았네요.” 하고 대꾸합니다.


이 나라 삶터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드물지 싶습니다. 정치나 경제나 문화를 마주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이란 드문데요, 이 나라 학교를 바라보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그야말로 매우 드뭅니다. 이 나라 언론이나 종교를 마주하며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더욱 드물어요. 그렇다면 이 나라에서는 무엇이 아름다울까요? 어디가 어떻게 아름다우면 좋을까요?


사전을 쓰는 사람은 참말 한 해 내내 하루조차 안 쉽니다. 아니, 한 해 내내 노래하면서 일합니다. 노래하지 않는다면 쉴틈없는 나날을 못 견디겠지요.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우리 집 나무 곁에서 춤을 춘답니다. 왜냐하면, 풀꽃나무도 한 해 내내 딱히 쉬는 일 없이 즐거이 가지를 뻗고 잎을 내며 한들거려요. 말을 다루는 길이라면 나무처럼 해바라기에 바람바라기에 비바라기로 고이 살아가면 된다고 여겨요. 말을 글로 옮겨서 이룬 책을 다루는 책집이라면 한 해 내내 신바람으로 삶을 바라보면서 나긋나긋 노래하듯이 하루를 열 만하겠지요.


이 나라가 아름답다면, 사진을 찍는 사람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빚어서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 나라가 아름답지 않더라도 이 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은 저마다 고요하게 아름다운 삶을 조촐하게 지어요. 이 나라를 이루는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는 신문·방송에 거의 안 나오고, 영화나 책으로도 거의 안 나올 뿐입니다. 수수한 사람들 이야기에 눈길을 두는 눈빛이 있다면 우리는 늘 아름빛이겠지요.


전주 한켠에서 고즈넉히 골목이웃하고 노래하는 〈유월의서점〉이지 싶어요. 이 노랫결은 나지막히 흘러 고흥에도 닿고 부산으로도 퍼지고 서울로도 가요. 어느 곳에서도 이 마을책집이 열었다는 말은 없었지만, 유월바람을 타고 저한테 스며든 소리를 듣고, “와, 반갑네, 유월책집이라니!” 하면서 유월 한복판에 마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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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들고 느릿느릿》(그사람, 스토리닷)

《뉴욕의 책방》(최한샘, 어라운드, 2012)

《뜨뜨시 할머니의 바다 레시피》(윤예나,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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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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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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