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338
《最新 文學新語辭典》
池中世 글
신광출판사
1950.3.15.
고등학교를 마치고 신문돌림으로 살림을 건사하며 혼자 삶길을 익힐 무렵까지 ‘비평·평론’이란 일본스런 한자말이 눈귀에 거슬렸지만 딱히 고치거나 손보자는 생각까지는 안 했습니다. 군대를 다녀오고 어린이책 출판사에서 일한 다음 어린이 국어사전 짓는 일을 하며 비로소 ‘비평·평론’ 같은 일본스런 한자말을 고쳐내지 않는다면 어린이 곁에서 고개를 못 들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본글을 배우려고 여러분한테 말씀을 여쭙고, 되든 안 되든 일본 영화를 일본말로 보고, 일본글이 빼곡한 책을 아무튼 읽으면서 ‘일본이란 나라를 이룬 숱한 사람들은 왜 저러한 한자말을 굳이 지어서 쓸까?’ 하고 살폈습니다. 《最新 文學新語辭典》은 한국사람 손끝에서만 태어난 ‘문학사전’일까요, 아니면 일본에서 나온 문학사전을 슬쩍 옮겼을까요? 270쪽짜리로 손바닥에 쥘 만큼 작은 ‘글꽃꾸러미’를 펴면 한국말로 문학을 풀이하지 않습니다. 아니, 문학을 다룬 낱말은 죄 영어 아니면 한자말입니다. ‘문학’이란 이름부터 한국말이 아닌걸요. ‘글’이요 ‘글꽃’일 텐데, 우리는 아직 우리다운 이름을 제대로 못 짓고 안 쓰는 판입니다. 1950년 봄에 갓 나온 글꽃꾸러미는 매우 사랑받았다는데, 우린 앞으로 뭘 사랑할 길일까요? 어떤 글을 쓸까요? ㅅㄴ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