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사흘쓰기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6.8.)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모든 책은 숲에서 왔어요

모든 책은 마을에 있어요

마을책집에서 책을 만나요

마을책숲에서 푸르게 꿈꿔요



  이 넉 줄을 넣은 ‘마을책집 사랑하기’ 걸개천하고 꽃종이를 마련했습니다. 출판사에서 도와주시기도 했고, 제 주머니를 털기도 했지만, 걸개천하고 꽃종이를 받아서 글월자루에 차곡차곡 담아 주소를 적고 테이프를 바른 다음에 우체국에 짊어지고 가져가서 부치기까지 사흘이란 날을 썼습니다. 두 아이가 거들어서 사흘이었지, 혼자 했다면 닷새쯤 걸렸겠지요. 두 아이가 한창 오줌기저귀를 내놓던 많이 어리던 무렵에는 하루에도 숱하게 오줌기저귀를 갈아서 빨래하고 아이들을 날마다 몇 벌씩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놀리고 노래 부르고 하느라, 그무렵에는 ‘책숲 얘기종이’를 복사해서 고작 한 쪽짜리로 부치는 일마저 이레 남짓 걸렸습니다. 때로는 이 일조차 벅차기에 몇 달을 건너뛰곤 했어요. 종이기저귀 아닌 천기저귀를 쓰고, 모두 손으로 돌보는 살림을 가꾼 터라, 그야말로 온힘을 다해서 하루를 살아냈고, 우리 책숲살림도 아둥바둥인 채 여러 해를 버티었달까요. ‘고작 마흔 군데 마을책집’에 보낼 꾸러미를 글월자루에 담고, 우체국으로 가져가서 부치는 데에 사흘을 썼다는 말을 못 믿을 분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렇지만 천기저귀로 아기를 돌본 살림을 지어 보셨다면, 자가용 없이 두 다리랑 자전거로 아이들을 이끌고 살아 보셨다면, 아이들이 노래를 듣고 싶다 할 적에 날마다 너덧 시간을 가볍게 노래를 불러 주면서 살아 보셨다면,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오직 부채로 아이들 여름나기를 하느라 밤새 잠을 안 자고 부채질하기로 여름 석 달에 봄가을 두어 달을 보내 보셨다면, 한겨울에 얼음을 깨서 기저귀를 손으로 빨아서 널고 다리미로 말려 보셨다면, 손으로 글월자루를 하나하나 싸서 부치는 품이 얼마나 드는가를 알 테지요. 그래서 저는 웬만해서는 ‘책 선물을 안 받으’려 하지만, 이러면서 외려 틈틈이 ‘책 선물을 해’요. 마음을 띄우고 싶거든요. 아름답게 삶을 짓는구나 싶은 이웃님을 만나면 즐겁게 하루를 들여 책 선물을 꾸리고는 읍내나 면소재지 우체국으로 달려가 부치고서 자리에 드러눕지요. 우리가 읽는 책은 기계로 찍을 수도 있을 테고, 강단이나 학교 같은 데에서 그냥그냥 들려준 이야기를 그럭저럭 여민 꾸러미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기계처럼 글을 안 씁니다. 언제나 온삶을 바칩니다. 글쓰기를 마무리짓고서 끙끙 드러누울 만큼, 아이들하고 짓는 살림살이도 모든 땀을 쏟아서 한 다음 끄응끄응 앓아누울 만큼, 바닥까지 힘을 쏟아붓고서 하루를 마감합니다. 두 아이하고 열세 해를 살아오며 보낸 이 ‘젖먹던 힘을 넘어 이 푸른별에 찾아온 갖은 기운을 쏟아붓기’는 얼핏 돌아보면 가싯길이었는지 모르나, 제가 보기로는 돌쇠마냥 돌돌돌 동실동실 노래하며 빙그레 웃은 하루였지 싶어요. 이리하여 “모든 책은 숲에서 왔어요”하고 “마을책숲에서 푸르게 꿈꿔요” 두 마디는 땀으로 옴팡 젖은 채 아이들한테 들려준 말이기도 합니다. 다섯 해쯤 앞서 어느 날 저녁에 큰아이하고 주고받은 말이 떠오릅니다. “아버지, 등에 맨 짐도 무거울 텐데, 우리까지 안고 걸으면 힘들지 않아요?” “응? 아버지는 여태 너희하고 살면서, 또 너희가 아버지한테 찾아오기 앞서 너희 어머니하고 살 적에도, 꼭 하루조차 ‘힘들다’는 생각이나 ‘힘겹다’고 느낀 적이 없어. ‘어, 땀이 좀 나네. 음, 팔이 좀 쑤시네.’ 하고 느꼈지만, 웃으면서 받아들였어. 너희 아버지는 이 짐을 몽땅 짊어지고서도, 또 너희를 한 팔에 한 사람씩 안고도 우산까지 받쳐 들었는데도, 이 모습을 신나게 노래하려고 이 땅에 태어났거든. 그러니까 걱정할 까닭이 없고, 정 아버지한테 마음을 쓰고 싶으면, 노래를 불러 줘. 아버지는 노래를 먹고서 살아간단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2018852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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