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5.14. 덧종이


인천에서 나고 자랐어도 찻길하고 집이 가득한 마을에서 벗어나면 논밭을 쉽게 봅니다. 겹을 이루어 지은 논밭을 바라보며 참 멋지다고 느꼈어요. 보기에도 아름답고, 이 멋진 논밭을 겹겹이 일구느라 흘린 땀방울이 떠올라 가없이 아름다운 터전이로구나 싶었습니다. 둘레 어른들은 이 논밭을 두고 ‘다락논’이라고도 하고 ‘다랑이’라고도 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어슷비슷한 말씨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왜 ‘다락·다랑’을 쓰는가를 어림하지 못했어요. 이름만 알려주기보다는 생김새에 쓰임새에 말결에 말밑을 함께 짚는다면 머리를 환히 틔울 테지요. 커다란 책이라면 ‘큰책’입니다. 조그마한 책이라면 ‘작은책’이에요. 남이 아닌 내가 임자로 있는 땅이니 “내 땅”이요 “우리 땅”이에요. ‘임자땅’이라 해도 되겠지요. 우리는 살림살이를 고스란히 나타내도록 말을 하면 돼요. 몸짓을 그대로, 생각을 낱낱이, 마음을 하나하나 밝혀 봐요. 기름결이 흐르니 기름종이입니다. 밑에 대는 종이라서 밑종이가 되어요. 덧댄다는 쓰임새라면 덧종이가 되겠지요. 이 이름 저 이름 외우기보다는, 그때그때 맞게 아이하고 이름을 떠올리면서 붙여 봐요. ㅅㄴㄹ


다락논·다랑이·다랑논 ← 계단식 논

큰책·큼직책 ← 대형서, 대형도서, 대형 활자본, 빅북

작은책·손바닥책 ← 소형서, 소형도서, 문고본, 문고판, 미니북

내 땅·우리 땅·임자땅·임자 있는 땅 ← 사유지

기름종이·밑종이 ← 덧지(-紙), 시트지, 트레이지(tray紙), 트레이싱지(tracing紙), 트레이싱 페이퍼(tracing pape), 습자지

덧종이 ← 덧지(-紙), 시트지, 트레이지(tray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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