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배처럼 텅 비어 문학과지성 시인선 485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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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36


《빈 배처럼 텅 비어》

 최승자

 문학과지성사

 2016.6.16.



  여름이 바싹 다가온 오월 끝자락인데, 나무가 우거진 풀밭에 맨발로 서면 아주 상큼하면서 시원하고, 나무 하나 찾아볼 길 없이 높다란 집만 빼곡하고 자동차만 씽씽 달리는 곳에 가면 후덥지근하면서 땀이 흐릅니다. 나무가 곁에 있으면 에어컨뿐 아니라 선풍기조차 쓸 일이 없습니다. 나무가 포근히 안으면 겨울에도 보금자리가 춥지 않습니다. 이제 과학으로도 이를 밝혀 줍니다만, 막상 건축이나 재개발이나 행정이란 자리에서는 아직 이 대목을 살피는 일이 없다시피 해요. 《빈 배처럼 텅 비어》를 읽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푸념하는 한숨이 길고 늘어지는구나 싶습니다. 삶이, 살림이, 사랑이, 온통 푸념으로 젖은 한숨일 수 있고, 이러한 하루를 몇 줄 노래로 그릴 수 있어요. 끝까지 다 읽고서 생각해 봅니다. 시쓴님을 나무그늘 짙푸른 숲으로 부르고 싶어요.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반짝반짝 드리우는 숲으로 모시고 싶어요. 이름값이고 주먹힘이고 돈주머니이고, 다 저들이 가지라 하지요. 맨몸으로 사뿐히 숲에 깃들어 봐요. 살갗을 가만가만 어루만지는 바람에 고스란히 내맡겨 봐요. 오월바람을, 유월볕을, 칠월하늘을, 팔월별을 노래해 봐요. ㅅㄴㄹ



살았능가 살았능가 / 벽을 두드리는 소리 / 대답하라는 소리 / 살았능가 죽었능가 / 죽지도 않고 살아 있지도 않고 (살았능가 살았능가/11쪽)


나 여기 있으면 / 어느 그림자가 / 거기 어디서 / 술을 마시고 있겠지 (나 여기 있으면/12쪽)


병실 안, / 옆 침상 아줌마가 말하길 / “양식 없다 부엉 / 내일 모레 장이다 부엉” (부엉이 이야기/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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