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29. 풀빛물결
눈이 밝다면 미리 알아요. 눈이 안 밝다면 미리 알지 못하기도 하지만, 곁에서 찬찬히 알려주어도 좀처럼 못 알아채곤 해요. 귀가 밝다면 먼저 느껴요. 귀가 안 밝다면 둘레에서 자꾸 들려주어도 영 못 알아채지요. 우리한테 처음부터 없던 세간이나 살림이라 하더라도 알맞거나 재미나게 이름을 붙입니다. 스스로 살림을 짓는 눈빛이라면 스스로 이름을 지어요. 스스로 사랑을 가꾸는 손길이라면 손수 이름을 엮어요. 깨지기 쉬운 살림을 싸거나 담아서 보낼 적에 다치지 말라면서 종이로 둘둘 감싸거나 폭신한 것을 넉넉히 대곤 합니다. 이런 것을 처음 쓴 곳에서 붙인 다른 이름이 있을 텐데, 우리는 ‘뽁뽁이’란 이름을 재미나게 지어서 널리 씁니다. 조그맣구나 싶은 곳도 우리 눈으로 보고, 우리 귀로 느끼는 살림이에요. 모든 자리에서 스스로 지으면 한결 낫습니다만, 띄엄띄엄 가더라도 좋아요. 서울이건 시골이건 풀빛이 사라진 곳에는 아픈 사람이 늘어납니다. 시멘트밖에 없는 큰고장 아파트에 굳이 꽃그릇을 들이는 뜻을 읽으면 좋겠어요. 풀빛너울이기에 숨쉴 만해요. 푸른길이기에 노래할 만해요. 밝고 환하게 살자면 이제부터는 풀빛길이어야지 싶어요. ㅅㄴㄹ
미리·먼저·느끼다·느낌·듯하다·싶다 ← 예감, 예측
뽁뽁이 ← 에어캡(air cap), 완충재
작다·조그맣다·군데군데·곳곳·띄엄띄엄·몇 곳·여러 곳·드물다 ← 국지적
푸른물결·풀빛물결·푸른너울·풀빛너울 ← 녹색혁명
푸른길·풀빛길 ← 청렴, 강직, 에코라이프, 그린라이프, 로하스(LOHAS), 에코로드, 그린로드, 청사진, 희망, 미래,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천연, 천연적, 내추럴(natural), 녹색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