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우리 집 : “전기가 끊어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하고 물으면, 참 끔찍하리라고 생각한다는 분이 많다. “전기를 못 쓸 때를 헤아려, 전기 없이 살아가는 길을 즐겁게 누리거나 지을 줄 알면 어떨까요?” 하고 물으면, 그런 생각은 좋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어떻게 그렇게 하느냐고 묻는 분이 많다. “학교가 멈추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하고 물으면, 생각조차 한 적이 없을 뿐더러 생각할 까닭이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 분이 많다. 자, 그런데 2020년 봄에 학교가 멈추었고 하늘길이며 뱃길이 끊어졌다. 그나마 전기는 안 끊어졌다만, 또 택배가 안 끊어졌다만, 전기하고 택배를 쓸 수 없을 적에 어떻게 이곳에서 살아갈 만한가를 이제라도 생각할 노릇은 아닐까? 그리고 “학교가 멈출 적에 아이한테 무엇을 누가 어떻게 가르치고 나누면서 함께 배울 노릇인가?”도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생각할 일은 아닐까? 2008·2011년에 태어난 우리 집 두 아이는 졸업장학교에 안 다닌다. 두 아이 스스로 고른 길이다. 어버이인 내가 두 아이한테 졸업장학교에 안 넣을 마음으로 안 넣지 않았다. 아이들 스스로 학교란 곳에 가 보고서 안 가기로 했으며, 두 아이는 “우리 집”을 배움숲으로 삼겠노라 했다. 좀 쉽게 알아들으라고 ‘홈스쿨링’ 아닌 ‘우리 집 학교’라 말하지만, ‘우리 배움숲’이다. 우리 집뿐 아니라 어느 살림집이든 다같이 “우리 집 = 우리 배움숲 = 우리 살림숲 = 우리 사랑숲”이라 할 만하다고 여긴다. ‘집’이란 말을 ‘살려고 지은 곳’이라고 풀이하고서 그쳐도 될까? ‘집’이란 ‘살림을 나누면서 슬기롭게 사랑하는 길을 넉넉하고 아늑하며 포근하게 누리면서 하루를 새롭게 마감하고 여는 숲을 조촐하게 담아내어 살아가는 곳’이라고 여기는 눈을 키울 일이 아닐까. 나는 둘레 사람들한테 “제발 아이들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졸업장학교에 보내지 마십시오” 하고 말하지는 않는다. 둘레 사람들은 나더러 “사회생활·사회성을 기르고 추억·또래 친구를 얻으려면 제발 아이를 졸업장학교에 보내야 하지 않느냐”고 으레 닦달한다. 2020년 봄에 이제는 생각해 보기를 빈다. 학교가 멈춘 이 마당에 다들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시는지요? 배움터는 어디인지요? ‘우리 집’은 어떤 몫을 하는지요? 술 마시고 노는 일은 나쁘지 않습니다만, ‘강남 클럽·홍대 클럽·단란주점’ 같은 데를 왜 차려야 하고, 왜 그런 데에 ‘어른’이 찾아가야 하고, 왜 그런 데에서 노닥이는 짓에서 ‘어른’ 스스로 못 벗어나는지요? 무엇이 사회이고 무엇이 폭력인지요? 왜 작은 보금자리하고 마을이 스스로 학교가 되지 못하는지요? 2020.5.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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