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83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전태일 글
돌베개
1988.11.1.
우리가 남기는 글은 우리가 살아온 발자국입니다. 기쁨슬픔이 어우러진 자국이고 웃음눈물이 얽힌 자취입니다. 스스로 걸어간 길을 갈무리하고, 스스로 지켜본 빛을 갈망하며, 스스로 사랑한 날을 그러모읍니다. 1970∼80년대에 숱한 공장이며 일터에서 공장지기나 일터지기는 일꾼이 땀흘린 값을 가로채기 일쑤였고, 두들겨패거나 막말을 일삼았습니다. 1950∼60년대도 그랬고, 1910∼40년대 일제강점기에도 마찬가지였는데, 조선 무렵에는 위아래 틀을 가르고 종·머슴이라는 굴레를 씌워서 사람을 함부로 부리곤 했어요. 오늘날 남은 글이란 누가 무엇을 쓴 자취일까요? 글을 아는 임금·벼슬아치·먹물은 얼마나 여느 사람들 살림살이를 찬찬히 아로새기거나 남겼을까요?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1960년대 어린이·푸름이·젊은이가 군사독재 서슬에서 얼마나 서럽게 살았나를 맨가슴으로 부둥켜안으면서 남긴 아프고 애틋하면서 아름다운 글자락이라고 느낍니다. ㅅㄴㄹ
“기준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으로써 어떻게 여자에게 하루 15시간의 작업을 강요합니까 …… 2만여 명 중 40%를 차지하는 시다공들은 평균 년령 15세의 어린이들로써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성장기에 있는 이들은 …… 하루에 90원 내지 100원의 급료를 받으며 1日 16시간의 작업을 합니다.” (137쪽/대통령과 근로감독관에게 쓴 진정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