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7. 닫이


모르는 일이 많았습니다. 아니, 알면 뜬금없는 셈일 만합니다. 네 살 아이가 무엇을 얼마나 알며, 여덟 살 어린이가 뭘 얼마나 알까요? 어릴 적에 어머니 아버지를 따라 시골집에 가면 무엇이든 몰랐습니다. 소한테 무엇을 씌웠는지 모르고, 소가 무엇을 먹는지 모르지요. 우물에서 물을 긷는 길도 모르고, 무자위질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기 마련입니다. 무엇보다도 시골집에는 ‘문’이 없다는 대목을 어려서 처음으로 느끼면서 놀랐어요. 큰고장에는 모든 집에 ‘문’이 있지만, 시골집에는 드나드는 자리는 있어도, 고샅이며 마당은 있어도, 막상 ‘문’이 없더군요. 시골에서 나고 자라며 늙은 할머니는 “이건 문이 아니다. ‘여닫이’다.”라든지 “얘는 여닫이고, 쟤는 ‘미닫이’다.” 하고 알려줍니다. 고모네 집에서 ‘미닫이·여닫이’를 보았습니다만, 두 ‘닫이’ 이름이 으레 헷갈렸습니다. 사촌 누나나 형은 “넌 도시내기라서 ‘창문’이라고 말하는구나?” 하며 웃었어요. 오늘 우리네 살림은 오랜 흙집살림이 아니니 ‘문·창·창문’ 같은 말도 써야겠지요. 다만 ‘닫이’ 한 마디로 너끈히 바람·햇볕·사람이 드나드는 길을 밝힌 대목을 곱씹습니다. ㅅㄴㄹ


닫이 ← 문(門), 창(窓), 창문

돌림닫이·돌이닫이·돌림문·돌이문 ← 회전문

두여닫이 ← 프렌치 도어, 좌우 개폐식 문

여닫이 ← 문(門), 창(窓), 창문, 개폐, 개폐문

미닫이 ← 문(門), 창(窓), 창문, 슬라이딩 도어, 장지문(障子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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