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빛 은빛 창비시선 64
홍희표 지음 / 창비 / 1987년 10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시읽기

노래책시렁 129


《금빛 은빛》

 홍희표

 창작과비평사

 1987.10.10.



  눈치를 보며 살면 끝이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눈치인 터라, 스스로 누리거나 즐기는 길이란 없이,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얽매입니다. 사랑을 보며 살아도 끝이 없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오롯이 사랑인 터라, 스스로 누리거나 즐기는 길이 되어요. ‘내가 이곳에 온 뜻은 이렇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달으면서 언제나 환하게 노래합니다. 《금빛 은빛》은 1970∼80년대를 아우르는, 때로는 1990년대까지 뻗는 먹물붙이 글결이로구나 싶습니다. 2010∼20년대 먹물붙이 글결하고 사뭇 다릅니다. 앞으로 2050∼60년대에 이르면 또 다른 먹물붙이 글결이 나타나겠지요. 삶자리가 아닌 눈썰미로 글을 옮긴다면, 뭔가 멋스러워 보이는 글을 꾸민다면, 무엇보다 스스로 지식인이라는 생각에 갇혀서 글을 여민다면, 이러한 글로는 무슨 노래가 태어날는지 아리송합니다. 어느 풀벌레나 멧새도 눈치를 보며 노래하지 않습니다. 풀벌레는 풀벌레답게 노래하고, 멧새는 멧새다이 노래합니다. 다 다른 풀벌레하고 멧새는 노상 다른 숨결로 저희 하루를 노래하면서 삶을 짓습니다. 하루를 쓰지 않고서야 씻김굿이 안 될 테며, 삶을 짓는 길을 고스란히 밝히지 않고서야 시이건 문학이건 비평이건 안 되겠지요. ㅅㄴㄹ



제비꽃은 / 남쪽으로 고개 들고 / 진달래는 / 북쪽으로 깽깽 울고 (남쪽으로 북쪽으로-씻김굿 1/9쪽)


단군 할아버지의 단기력을 쓰던 호랑이 담배먹던 까까머리 시절. ‘평안남도 평양시 기림리……’로 시작하던 본적이 어느 때부터인지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로 바뀌고, 바뀌는 평양의 햇빛과 서울의 햇빛 속에 우리의 까까머리들은 그대로 친척들이 다녀간 뒤에는 “내래 어카 갔시요?” “거럼 기리티 않구……” 해가며 동짓밤에 동치미국물로 냉면 먹듯 울다 낄낄대고. (본적-씻김굿 49/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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