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살림말


저작물개발용역계약 + 구름빵 : 한국에서 나온 그림책 《구름빵》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으나 대단히 찜찜하다. 왜냐하면, 이 그림책은 그냥 그림책이 아닌 ‘그림사진책’이기 때문이다. ‘그림사진책’인데, 막상 ‘사진을 찍은 사람’ 이름은 온데간데없고, ‘캐릭터를 보기 좋도록 사진으로 담아서 이야기를 엮은 사람’은 상도 상금도 없을 뿐더러, 아예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바로 말하겠는데, ‘그림사진책’ 《구름빵》은 ‘김향수’라고 하는 사람이 ‘백희나’라고 하는 사람이 꾸민 ‘캐릭터’를 어떻게 담아내어야 책으로 엮을 만할까 하고 숱하게 생각하고 다시 찍고 거듭 찍으면서 36쪽이라는 틀에 담아낸 열매이다. 모든 책에는 지은이하고 엮은이가 있다. 지은이는 글만 쓴 사람일 수 있고, 그림만 그린 사람일 수 있으며, 글하고 그림을 나누어 빚은 사람일 수 있다. 여기에 글하고 그림을 엮어내어 꾸민 사람이 있다. 한 사람 힘만으로 태어나는 책이란 없다. 또한 이러한 책은 펴낸곳 일꾼이 인쇄·제본·감리뿐 아니라, 영업·홍보·수금·관리라는 기나긴 길을 거쳐서 사람들하고 마주하면서 사랑을 받는다. 《구름빵》이라고 하는 ‘그림사진책’은 캐릭터를 맡은 사람으로 백희나라는 사람이 있고, 캐릭터를 생생하게 보여준 김향수라는 사람이 있으며, 두 사람이 땀흘린 값을 빛나게 해준 출판사가 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이 이 책에 상을 주기로 했다면 마땅히 이 모두가 흘린 땀방울을 헤아리면서 아끼려는 뜻이라고 본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어쩐지 ‘캐릭터 디자이너’ 혼자서 모든 열매를 거머쥐려 하는구나 싶다. 저작권이란 글 쓴 권리나 그림 그린 권리만 있지 않다. 사진 찍은 권리가 있고, 글·그림·사진을 엮은 권리도 있다. 잘게 쪼갠다면 ‘편집저작권’이라고 하겠지. 캐릭터 디자이너가 혼자 모든 저작권을 누리고 싶다면, 사진도 혼자 찍고 편집·디자인도 혼자 하고 제본·인쇄·감리·영업·홍보·관리도 혼자 할 노릇이다. 2020.4.10.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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