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4.2. 가죽몸


손에 쥐면서 들고 다니는 전화가 나오면서 그동안 쓰던 여느 전화는 ‘집전화’라는 이름으로 굳습니다. 손전화가 나오기 앞서도 집전화란 말은 썼어요. 집 아닌 일터에 전화를 놓기 마련이었으니, 일터에서 쓰는 전화는 ‘일전화’라면, 집에서는 ‘집전화’이거든요. 첫 손전화는 덩치가 컸다면 차츰 줄어들더니 어느새 접어서 주머니에 쏙 넣을 만한 크기로 거듭납니다. ‘접는전화’라니, 참 생각도 재미나지요. 가만 보면 전화기만 접지 않아요. 여닫는 곳도 척척 접곤 해요. 요즘도 하려나 모르겠습니다만, 지난날 배움터는 열한두 살 어린이한테 개구리 배를 가르도록 시켰고, 물고기 배를 갈라 속을 모두 끄집어내고서 가죽만 남은 몸을 건사하도록 시키기도 했습니다. 먹을거리를 다루는 살림배움이었다면 모르되, 산몸을 함부로 칼질하는 일이 참 싫었습니다. 멀쩡한 개구리하고 물고기는 왜 사람한테 붙잡혀 겉속으로 다쳐야 했을까요. 칼로 몸을 가르는 배움판이 아닌, 마음으로 개구리랑 이야기를 하도록 이끄는 배움판이 되기는 어려울까요. 시키는 대로 입다물고서 따를 수 없습니다. 조용히 받아들이기만 할 수 없지요. 우리는 마음을 입은 몸이거든요. ㅅㄴㄹ


집전화 ← 가정용 전화

일전화 ← 사무용 전화

접이 ← 폴더, 폴더형

접닫이·접이닫이·접이문·접문 ← 폴딩도어

접이전화·접전화 ← 폴더폰

가죽탈·가죽몸 ← 박제(剝製)

겉생채기·겉이 다치다 ← 외상(外傷)

속생치기·속이 다치다 ← 내상(內傷)

입닫다·입다물다·조용하다·고요하다·대꾸없다·안 받다 ← 무응답, 함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