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마실길 배움길 책길 (2018.7.24.)

― 일본 오사카 히가시코하마 〈天牛堺書店 粉浜店〉

大阪府 大阪市 住吉區 東粉浜 3丁目 23-20

3 Chome-23-23 Higashikohama, Sumiyoshi Ward, Osaka, 558-0051

+81 6-6674-1101



  으레 지나다니는 곳에 책집이 있어도 못 알아보는 분이 많습니다. ‘설마 그런 자리에 책집이?’ 하고 여깁니다. 그러나 책집만 그럴까요. 찻집도 빵집도 떡집도 옷집도 ‘설마 그런 데에?’ 하고 놀라면서 만날 만합니다. 큰길가에 있다고 하더라도 못 보고 지나칠 때가 있습니다. 딱 그곳을 찾아가려고 마음을 먹지 않고서야 가게이름이며 알림판이며 눈에 안 들어올 테니까요.


  일본 오사카 히가시코하마 둘레를 열흘쯤 이 골목 저 거리 돌아본 어느 날, 먹을거리를 장만하려고 제법 들른 적이 있는 가게 옆에 책집이 있는 줄 처음으로 알아챘습니다. 그동안 왜 이 책집을 못 알아챘을까 하고 돌아보니 언제나 ‘우리 아이들 쳐다보기’가 첫째였고, 우리가 가야 할 곳을 길그림을 펼쳐서 살피기가 둘째였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가지에 오롯이 마음을 쓴 터라, 으레 지나다니던 거리에 책집이 덩그러니 있는 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일본 전철로 ‘코하마역(粉浜驛)’ 밑자리, 커다란 가게 옆에 있는 〈天牛堺書店 粉浜店〉입니다. ‘天牛堺書店’이 제법 크고 많은 듯합니다. 큰책집 또래가게가 아니어도 일본은 어느 고을 어느 마을에나 책집이 많다고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작은 마을책집이 제법 문을 닫았다고 하지만, 한국에 대면 아직 엄청나게 많이 있다고 여겨요.


  오사카 히가시코하마 한켠에 있는 이 책집은 안쪽은 새책을 놓고 바깥쪽에는 헌책을 놓습니다. 두 갈래로 나눈 짜임새가 새삼스럽습니다. 더구나 바깥에 내놓은 단돈 200엔짜리 헌책 가운데 눈에 띄는 책이 왜 이다지도 많은지요. 아직 한국말로 나오지 않은 숱한 인문·역사책을 한꾸러미 짊어지고 한국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가득하지만 “그 무거운 책을 어떻게 들고 가려고? 아이들도 있는데?” 하는 말에 한 자락조차 품에 안지 못합니다.


  비록 한국사람이 손수 캐내거나 밝힌 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일본에서 눈밝은 이가 캐낸 여러 이야기를 돌아보면서 우리가 여태 눈여겨보지 못한 곳을 짚고, 우리가 앞으로 살펴볼 대목을 헤아리며, 우리가 곰곰이 생각하면서 새롭게 알아낼 길을 그릴 만합니다. 배움길이란 언제 어디에서나 맞물려요. 삶길이란 어느 곳에서나 익히면서 가다듬습니다. 눈을 감거나 등을 지면 배우지 못하기도 하지만 사랑하고도 동떨어져요. 눈을 뜨고 손을 잡을 적에 기쁘게 배울 뿐 아니라 홀가분하게 날갯짓하곤 합니다.


  끌짐 하나 가득 채우고 싶은 책이 눈앞에 선하지만 그 모든 책은 뒤로 젖히고서 만화책 《のびたの南極カチコチ大冒險》(藤子·F·不二雄, 小學館, 2017)을 고릅니다. 작고 가벼운 도라에몽 만화책입니다. 한국말로 안 나온 도라에몽입니다. 오늘은 작고 가벼운 도라에몽으로 넉넉하다고 여기려 합니다. 두 아이는 히가시코하마에서 히야바야시로 가는 택시에서 신이 나서 만화책을 폅니다. 택시를 타고 달리면서 하는 거리구경보다 만화책이 훨씬 신나는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린다.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쓴 책으로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