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만화책
만화책시렁 273
《기계전사109 2》
노진수 글
김준범 그림
서울문화사
1993.4.5.
《우주소년 아톰》이란 만화가 나온 1950년대만 하더라도 ‘기계사람’을 생각하는 일은 드물었어요. 1970년대에 연속극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나오고 1980년대에 영화 〈로보캅〉이며 〈터미네이터〉가 나오면서 ‘머잖아 이 별을 뒤덮을는지 모를 기계사람’을 새삼스레 생각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그런데 왜 ‘기계사람’일까요? 사람 스스로 ‘나를 뺀 너희’는 ‘마음·사랑·꿈·넋’이 없다면서 우쭐거리려는 이름이 아닐까요? 숱한 만화나 영화가 거의 나라밖 사람들 생각으로 태어났다면 《기계전사109》는 1990년대 첫머리에 한국사람 손으로 태어납니다. 일하는 이가 누구인가를 묻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이가 누구이냐고 물으며, 이 별에서 싸움도 다툼도 없이 어깨동무하는 길을 슬기로이 지으려는 이가 누구냐고 묻습니다. 이제 막 삐삐가 비싼값에 나오던 이즈음 기계사람을 다룬 만화는 널리 읽혔습니다. 어린이·푸름이 마음을 확 사로잡았지요. 학교나 마을에서는 이 만화가 쓸데없다고, 시험공부에 걸리적거린다며 으레 빼앗아서 난로에 집어던져 태우기 일쑤였습니다. 생각을 북돋우는 배움터가 아닌 채, 만화는 하찮을 뿐 아니라 도움도 안 된다고 여기는 그 마음이란 참말로 ‘사람다운 마음’이었을까요? ㅅㄴㄹ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잖아요.” “하, 하지만 인간들은 나를 버렸어. 나의 정신과 마음을 인정하지 않고 짓밟아 버렸어!” “이 세상 사람 모두가 기계로 취급해도 저에겐 소중한 엄마예요!” (109쪽)
“그러나, 환상이었다. 인간들에게 있어 우리는 그저 말하고 걸어다니는 기계였을 뿐이다.” (164쪽)
** 이 만화책을 놓고는 좀더 길게 펴는 이야기를 새로 쓰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