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3.18. 꽃매듭


짐을 묶을 적에 매듭을 짓습니다. 이 매듭을 놓고서, 일을 마무리하는 자리에도 빗대지요. 그런데 매듭을 가만히 보니 꼭 꽃 같아요. 어쩌면 우리는 꽃을 지켜보다가 꽃을 따라해 보고 싶어서 끈으로 이모저모 엮으며 매듭을 찾아내지 않았을까요. 모든 매듭은 꽃을 닮았지만 굳이 ‘꽃매듭’이란 말을 새로 혀에 얹어 봅니다. 잘 되는 일을 가리키고 싶어서, 즐겁게 끝내는 자리라든지, 이제까지 땀흘리고서 뒷사람한테 물려주는 때에 ‘꽃매듭’이란 말을 쓸 만하지 싶습니다. 등짐에 꽃매듭을 달고 걸어 봐요. 꽃걸음이 되겠지요. 우리 스스로 꽃매듭이나 꽃걸음이나 꽃살림이 되지 않는다면 그만 끔찍누리로 흐르고 만다고 느껴요. 꽃이 아니면 끔찍한 셈이랄까요.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면 죽음판이 된달까요. 골을 부리거나 불같이 타오르는 짜증이 바로 어둠터이거든요. 같은 불이어도 불구덩이가 될 때가 있고, 온누리를 살리는 해님이 될 때가 있어요. 활활거리던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이글거리던 눈빛을 타일러 봅니다. 이제는 곱게, 곱살하게, 곱다시, 꽃으로 가는 길을 그립니다. 꽃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도록 얌전둥이가 되어 들꽃을 바라봅니다. ㅅㄴㄹ


꽃매듭 ← 리본, 해피엔딩, 해피엔드, 행복한 결말, 정년퇴직, 성료(盛了), 성공리, 명퇴, 명예퇴직

등짐 ← 가방, 배낭, 백팩

끔찍누리·끔찍나라·끔찍터·끔찍판·죽음나라·죽음누리·죽음터·죽음판·불구덩이·불가싯길·불바다·어둠터·어둠누리·어둠나라·어둠판 ← 디스토피아, 지옥, 나락(那落)

얌전이·얌전님·얌전둥이 ← 모범생, 요조숙녀, 숙녀, 신사(紳士), 신사적, 초식계, 충견, 충성, 순둥이(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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