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도서관


 아뇨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2020.3.20.)

 ― ‘사전 짓는 책숲, 숲노래 = 사진책도서관 + 한국말사전 배움터 + 숲놀이터’



  저더러 “왜 사진을 그렇게 찍어?” 하면서 말을 놓는 일흔 살 아재가 있습니다. 이 아재는 전교조 교사로 오래 일하셨고, 꽃 사진을 누구보다 잘 찍는다고 스스로 믿으십니다. 제가 풀꽃나무를 찍은 사진을 비롯해서 골목이나 사람을 찍은 사진을 보고서 “그러면 멋이 안 나지. 왜 아웃포커스를 안 해? 왜 조명을 안 써? 왜 명암을 안 둬?”처럼 이래저래 가르치려고 하시지요. 이때마다 저는 빙그레 웃으면서 대꾸해요. “왜 그렇게 해야 하지요?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요? 그렇게 찍으면 풀꽃나무가 좋아하나요?” 몇 벌 찍어 보다가 더는 안 찍는 사진 가운데 하나는 ‘아웃포커스’입니다. 필름사진을 한창 찍을 적에 너무 어두워서 도무지 안 되겠구나 싶어서 어쩔 수 없이 조리개를 적게 열고 셔터빠르기를 높이려고 하면서 이따금 아웃포커스를 했지만, 나중에는 셔터빠르기를 1/2초로 둔다든지, 0.06초로 열고서 세발이조차 없이 찍는 길로 갔습니다. 저로서는 차라리 셔터빠르기를 낮추되 조리개값을 낮출 수 없더군요. 사진기에 눈을 박으면 찍으려고 하는 풀꽃나무나 책이나 사람뿐 아니라, 뒤쪽에 있는 풀꽃나무나 책이나 사람도 같이 보였거든요. 고등학교만 마친 배움끈이기에 저한테는 딱히 스승이라 할 이가 없기도 합니다만, 저는 언제나 하는 말이 “아뇨.”입니다. 왜 이미 틀에 박힌 그 길을 가야 할는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이 별에 구태여 태어나서 오늘을 살아가는 뜻이라면 ‘틀에 박힌 하루’가 아니라 새롭게 스스로 짓는 하루를 아름답게 노래하는 사랑을 찾으려는 뜻이지 않을까요? 어제도 오늘도 저는 “아뇨.”라고 말합니다. ‘아닌 책’을 보면, ‘아는 말글’을 들으면, ‘아닌 삶’을 보면, 언제나 하는 말은 한 가지입니다. 그래서 저 스스로 좀 아니다 싶은 바보짓을 하면 곁님이며 아이들이 저한테 대놓고 “아버지도 아닌걸요.” 하고 말한답니다. “아뇨.”라 말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아뇨.”란 말을 들으면서 다시 스스로 익힙니다. ㅅㄴㄹ





* 새로운 한국말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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