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 252


《線을 넘어서》

 루이제 린저 글

 홍경호 옮김

 범우사

 1975.10.1.



  인천을 떠나 서울 한켠에 깃들어 달삯살림을 지내는 동안 날마다 두서너 곳에 이르는 헌책집을 쏘다녔습니다. 날마다 두서너 곳에 이르는 헌책집에서 사들인 책은 적어도 스무 자락이었고, 많으면 백스무 자락쯤이기도 했습니다. 그때나 이제나 두 다리로 책집마실을 다니니까, 백 자락이 넘는 책도 등짐에 담고 두 손으로 들어서 집으로 옮겼습니다. 1999년에 들어간 출판사를 2000년에 그만두면서 벌이가 사라지자 달삯을 낼 길이 없이 눈물을 흘리며 아름책을 헌책집에 되팔았습니다. 석 달 동안 책 판 값으로 버티었습니다. 제 품을 떠나는 책마다 한숨을 가늘게 쉬면서 “너도 우리를 떠나보내는구나?” 하고 웁니다. “할 말이 없네. 내가 그때 막말에 멱살잡이를 하던 출판사 사장하고 안 싸웠으면, 그냥 굽신굽신했으면 너희 곁에 새로운 동무를 맞아들였을 텐데.” 《線을 넘어서》를 비롯한 ‘루이제 린저 전집’은 10자락을 꾸러미로 1975년에 태어났습니다. 어쩜 제가 태어난 그해에 이런 아름책이 태어났을까요. 2000년 가을에 떠나보낸 열 자락 꾸러미는 아직 제 품에 못 돌아오지만, 그 가운데 한 자락을 스무 해가 지나고서야 다시 만나서 품었습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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