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0.3.2.


《새들의 밥상》

 이우만 글·그림, 보리, 2019.9.25.



새벽 아침 낮 저녁 밤, 틈틈이 우리 집 마당이며 뒤꼍을 걷는다. 이른아침에 뒤꼍에 올라 아직 조그맣게 돋는 흰민들레를 가만히 쓰다듬는데 코앞에서 동박새 암수 두 마리가 엄청나게 빠른 소리로 노래하면서 이리 날고 저리 날더라. 동박새가 석류나무에도 앉네? 동박새가 매나무(매화나무)에도 앉네? 동박새가 모과나무에도 앉네? 아니, 동박새가 유자나무에도 찔레나무에도, 그러고 보니 이 나무 저 나무에 다 앉네? 우리 집에서뿐 아니라 어디에 가서도 스스로 바위가 되어 얌전히 앉으면 온갖 새가 코앞에서 날거나 뽕뽕뽕 가볍게 뜀박질을 하면서 지나가거나 나를 마주본다. “무슨 일이니?” “오늘은 어떤 노래를?” “날면서 뭘 봤어?”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듣는다. 《새들의 밥상》은 새를 동무나 이웃으로 여기면서 오래오래 지켜본 손길이 흐르는 책이지 싶다. 그런데 ‘-의 밥상’ 같은 흔하면서 아쉬운 일본 말씨는 그야말로 섭섭하다. “새밥”이나 “새가 먹다”처럼 수수하게 가면 좋겠는데. 이런저런 생각에 젖는데 두 아이가 달려오며 노래한다. “아버지, 동박새가 갓 핀 매화를 먹어요. 직박구리도 꽃송이를 쪼고요.” 그래그래, 동박새가 동백꽃만 먹겠니. 모든 꽃을 사랑하겠지. 꽃을 먹고 노래꽃일 테지.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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