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14. 참고요


전남 고흥이란 고장에서는 1월에도 동백꽃이 핍니다. 남녘 바다를 낀 고장은 으레 1월이나 2월부터 봄꽃이 기지개를 켤 테지요. 아이들은 집 둘레를 쏘다니면서 이 꽃도 저 꽃도 만납니다. 흰민들레를 서로 먼저 찾아냈다면서 깔깔거리기도 합니다. 볕이 잘 드는 자리에 마을고양이가 드러눕습니다. 우리가 저를 귀여워하는 줄 알고 느긋합니다. 겨우내 볕받이에서 늘어진 마을고양이라면, 앞으로 여름에는 그날받이를 찾아서 늘어질 테지요. 이웃님 한 분이 몇 가지 낱말을 여쭈셨어요. 마음을 다스리는 길에 쓸 낱말인데 마땅한 말을 짓기 어렵다고 하시더군요. 고요하게 다스리는 마음길 세 가지를 밝히고 싶다 하시기에, 참된 길이라면 ‘참고요·참빛’을, 홀가분하게 날갯짓하듯 아늑한 길이라면 ‘혼고요·혼빛’을, 넉넉하면서 크게 하나가 되어 밝은 길이라면 ‘한고요·한빛’이라 하면 어떻겠느냐고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한자말이나 영어로 나타낼 말이라면 한국말로도 너끈히 나타낼 만해요. 찬찬히 달래면 되어요. 고이 다스리면 되고, 즐거이 다독이거나 추스르면 됩니다. 서두르면 안 되지요. 살살 어를 줄 아는 눈빛이라면 우리 손으로 모든 말을 지어요. ㅅㄴㄹ


볕터·볕바르다·볕받이·볕자리 ← 양지(陽地)

그늘받이·그늘자리·그늘터·그늘지다) ← 음지(陰地)

참고요(참빛) ← 선(禪), 선정(禪定), 무념, 무념무상

혼고요(혼빛) ← 경안(經安), 무념, 무념무상, 무아, 무아경, 무아지경

한고요(한빛) ← 평정(平靜), 평화, 평화적, 평안, 안녕, 안식, 무념, 무념무상

달래다·다스리다·다독이다·추스르다·어르다 ← 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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