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25


《民靑學聯의 正體》

 문화공보부 엮음

 문화공보부 홍보조사연구소

 1974.4.29.



  이 나라는 살림길을 얼마나 고이 다스리면서 이를 글로 어떻게 여미어 책으로 남겨 놓을까요? 나중에 벼락을 맞을까 싶어서 숱한 발자취나 글을 찢거나 태우거나 감추지는 않을까요? 이 나라 도서관이나 언론사나 학교는 얼마나 우리 발자국을 찬찬히 갈무리하거나 건사해 놓을까요? 대출실적 적다고 심심하면 버리는 책마냥 우리 살림살이가 고스란히 묻어난 발자국을 슥슥 지우거나 치우지는 않을까요? 《民靑學聯의 正體》는 쉰 쪽짜리 얇은 책입니다. 끝자락에는 ‘회람란’이 있습니다. 박정희 독재정권 때에는 나라에서 곳곳으로 뿌린 이런 알림책을 동장·이장을 시켜서 모두 읽히도록 했고, 회람란에 이름을 적도록 했지요. 나라에서 벌인 그릇된 짓이 불거질 적마다 툭하면 터뜨린 갖은 ‘간첩 사건’이 있습니다. 《민청학련의 정체》는 썩어서 문드러진 구린내가 풀풀 나는 이들이 밥그릇을 붙잡으려고 꾀한 거짓말을 사람들 머리에 심으려고 찍어서 뿌린 발자취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때 온갖 신문이며 잡지에서는 문화공보부에서 돌린 이 알림책에 적힌 대로 받아쓰기를 했겠지요. 동장·이장하고 교사도 똑같은 일을 했을 테고요. ㅅㄴ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