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11. 고정하다


서둘러서 되는 일이 있지만, 서두를 적마다 마음이 바쁘고 벅차기 마련입니다. 어쩌다가 서두를 수 있습니다만, 으레 서두르는 살림이라면 그만 놓치거나 섣불리 다루면서 지나치는 일이 늘어나요. 예부터 여느 자리에서는 ‘차분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어른한테는 ‘고정하셔요’ 하고 여쭙니다. 자리를 살펴서 말을 가른 셈인데요, 달래는 손길이 조금 다르니, 말도 다르겠지요. 추운 날씨라면 겹겹으로 입어요. 혼겹으로는 오들오들하니까 덧입지요. 더 갖추고, 이모저모 챙깁니다. 옛일을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는 오늘날에 댈 수 없도록 꽁꽁 얼어붙었다는데, 그때에는 가벼운 차림으로 겨울나기를 거뜬히 했다지요. 우리는 좀 그냥그냥 사는 셈 아닐까요. 조금 서늘하거나 더울 적에 너무 달뜨지 않나요. 차분하게 다스리고, 들뜬 기운을 내려놓을 일이지 싶어요. 가볍게, 홀가분하게, 스스로 살펴야지 싶어요. 차분하지 않을 적에는 맛보기를 꾸며도 어설픕니다. 그럭저럭 해서는 재미없어요. 멋대로 해도 따분하지요. 애틋하게 여길 만한, 두고두고 되새길 만한, 즐거운 길을 하나씩 다스리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고정하다 ← 침착, 진정, 잠잠, 순해지다

겹겹·껴입다·덧입다·갖추다·챙기다·감싸다·에워싸다·둘러싸다 ← 중무장, 무장

돌아보다·되새기다·곱씹다·그립다·애틋하다·옛생각·옛일·옛이야기·떠올리다 ← 추억

보기·맛보기 ← 시안

그냥·그럭저럭·이럭저럭·함부로·아무·어느·아무렇게나·멋대로·맘대로 ← 임의의

내려놓다·버리다·내버리다·비우다·벗다·홀가분하다·가볍다·빈손·빈몸·맨몸·가난 ← 무소유, 방하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