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8


《분교마을 아이들》

 오승강

 인간사

 1984.5.5.



  우리 아버지는 ‘국민학교 교사’로 일하며 시를 썼습니다. 신춘문예에 붙겠다는 마음으로 해마다 글을 내신 줄 아는데, 어느 해에 동시로 ‘중앙일보’에서 뽑혔습니다. 저는 우리 아버지 동시가 동시스러운지 재미있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삶하고 매우 동떨어진 글이라고 느꼈어요. 우리 아버지가 글꽃을 이룬 일은 놀랍고 기쁘지만, 부디 어린이 삶이며 사랑을 살갗으로 와닿도록 살림자리에서 길어올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렇지만 설거지도 못하고 라면도 끓일 줄 모르며 중국집에 전화로 짜장국수 시키는 길도 모르던 아버지한테 ‘삶에서 길어올린 동시’를 바라기는 어려웠겠지 싶어요. ‘멧골 국민학교 분교 교사’로 일한 오승강이란 분은 이녁 텃마을인 경북 영양에서 그 고장 아이들한테 기운을 북돋울 뿐 아니라, 멧골숲이 얼마나 포근한 품인가를 동시로 밝혔습니다. 이 열매가 《분교마을 아이들》로 태어났습니다. 이 동시꾸러미는 신춘문예하고는 매우 멀어요. 그렇지만 저는 이 동시꾸러미를 읽으며 뭉클했고, 눈물하고 웃음을 배웠으며, ‘동시 쓰는 교사’라는 새로운 길을 만났습니다. 멋이 아닌 삶을 사랑하는 슬기로운 숨결일 적에 동시가 자라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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