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숨은책시렁 215


《模範實用書翰文》

 大山治永

 영창서관

 1943.5.20.



  재미난 글하고 재미나지 않은 글은 매우 쉽게 알 만합니다. 남한테 널리 읽히기를 바라며 쓴 글치고 재미난 글은 없다시피 합니다. 남 아닌 우리 스스로 삶을 되새기면서 눈물웃음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쓰는 글이라면 어느 누가 쓴 글이든 아름다우면서 재미나구나 싶어요. 우리 누구나 남 이야기를 할 까닭이 없습니다. 우리 사랑을 이야기하고, 우리 살림을 말하며, 우리 오늘을 적으면 되어요. 글이란 늘 우리 삶꽃이거든요. 1943년이라는 일제강점기에도 《模範實用書翰文》이 다 나왔네 싶어 놀랐습니다만, 아하 그무렵 일본에서 나온 책을 그대로 베껴서 내놓은 책이네 하고 다시 생각하니 썩 놀랍지 않더군요. 무슨 말인가 하면 “모범 실용서한문”이란 이름부터 일본 말씨요, 이런 책붙이는 모조리 일본책을 베끼거나 훔쳤고, 이 나라에 퍼진 숱한 글틀(서식)이란 하나같이 일본에서 세운 대로 따라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지난날부터 숱한 출판사는 이런 책을 내놓아 장사를 했고, 벼슬아치나 글쟁이도 이런 글틀에 얽매였습니다. 우리는 언제쯤 “우리 삶말로 우리 이야기를 우리 글로 담는 길”을 갈 만할까요?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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