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2.1. 붓집


일본사람은 말도 참 재미나게 짓습니다. ‘훈훈하다 + 남자’ 얼개로 ‘훈남’이라 하더군요. 한국에서라면 ‘포근하다 + 사내’ 얼개로 ‘포근사내’라 할 만할 텐데, 굳이 사내랑 가시내를 가르지 말고 ‘포근이·포근님’이라 할 수 있고, ‘고운이·살뜰이·따뜻님’처럼 여러모로 결을 다르게 써도 어울려요. 잘생긴 얼굴을 가리기보다는 포근한 얼굴을 읽습니다. 사람들 얼굴을 구경하기보다는 따스한 기운을 주고받아요. 우리가 풀꽃을 집안에 두는 뜻도 구경꽃이나 보임꽃보다는 곁꽃으로 삼는 마음이겠지요. 샘을 부려서 마구먹기보다는, 밥샘이나 먹샘을 부리다가 배앓이를 하기보다는, 느긋하게 누리면서 이웃하고 나눠 봐요. 하루를 돌아보며 글을 남기려고 붓집을 엽니다. 안경집처럼 붓집이지요. 붓꾸러미라고 할 만합니다. 똑똑 나무를 두들겨요. 방울처럼 깎은 나무예요. 나무는 때로는 발이 되어 줍니다. 발이 다치면 척척 발이 되어 주지요. 집 둘레에 나무를 가꾸어 나무동산을 이루거나 숲뜰을 누리면 우리도 이웃도 함께 즐거워요. 어느 나무이든 좋답니다. 온나무를 두루 아껴 봐요. 잔나무 큰나무 따지기보다는 숲을 품는 나무가 되어 봐요. ㅅㄴㄹ


포근님·포근돌이·포근순이·고운님·살뜰님·따뜻님 ← 훈남, 훈녀

얼굴읽기 ← 관상(觀相)

구경꽃·보임꽃 ← 관상식물(觀賞植物)

먹샘·밥샘·마구먹다·너무 먹다 ← 식탐

붓집·붓주머니·붓꾸러미 ← 필통

나무방울 ← 목탁

나무발 ← 목발, 목각

나무동산·숲뜰 ← 수목원

온나무·잔나무 ← 잡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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