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책숲말 2020.1.31.


꽃이 많이 있어서 꽃밭입니다. 풀이 푸지게 자라서 풀밭입니다. 복숭아를 널리 키우는 고장이라 복사골입니다. 밤나무가 우거져서 밤골이에요. 가만히 보면 ‘밭’이나 ‘골’은 무엇이 많거나 넉넉하거나 푸지구나 할 적에 붙입니다. 이런 밭이나 터라면 ‘보금터’라 할 만하겠지요. 따로 꽃을 보고 싶어서 곁에 두기에 꽃나무예요. 꽃도 좋으나 풀도 좋다면 ‘꽃나무풀’이나 ‘풀꽃나무’를 나란히 놓겠지요. 누가 더 낫거나 못하지는 않지만, 저마다 어떤 솜씨를 뽐내려 하는가를 가리는 자리가 있어요. 이모저모 따질 적에는 좋거나 나쁘다는 틀로 가르지 않아요. 모두 살피는 동안 돋보이는 빛을 찾습니다. 하나를 보지요. 오늘 이곳에 맞추어서 살아요. 가는 곳마다 다른 바람결이며 물맛에 맞춥니다. 더께가 앉았으면 걷고, 때가 끼었으면 씻고, 먼지가 붙었으면 떨어요. 우리 손은 쓰임새가 많아요. 즐겁게 짓고, 새롭게 가꾸며 보람이 가득해요. 오래오래 살아온 나무이기에 더 값어치 있지는 않습니다. 오래도록 사랑받는 책이라 더 값지지 않아요. 그저 즈믄나무를 새삼스레 올려다보면서 쓰다듬고, 즈믄책을 새롭게 읽으며 슬기로운 사랑을 배웁니다. ㅅㄴㄹ


밭·골·보금터 ← 군락지

꽃나무·꽃나무풀·풀꽃나무 ← 화훼, 화훼식물

가리다·따지다·살피다·보다 ← 품평

맞춤힘 ← 적응력

더께·때·먼지·더럼이 ← 오염물질

쓰임·쓰임새·쓸모·값어치·보람·쓸만하다 ← 효용, 효능, 효과

오래나무·즈믄나무 ← 천년목, 천년수, 천수목, 우주수, 고목, 노목

오래책·즈믄책 ← 스테디셀러, 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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