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우리 둘레에서 빛나는 이야기 (2019.12.6.)
― 강원 원주 〈책빵소〉
033.762.7140.
강원 원주시 금불4길 23 제1층 102호
https://www.instagram.com/bookbbangso
지난 10월에 원주로 첫마실을 갔습니다. 그동안 시외버스를 타고 거쳐 간 적은 있어도 두 발로 디딘 적은 처음이었어요. 예전에 원주에 헌책집이 제법 있었다고 들었으나 한 곳도 누리지 못했습니다. 요즈막에 원주에 마을책집이 새로 들어서기에, 이제는 마을책집을 누리려고 합니다.
10월에 원주마실을 하는 길에 〈책빵소〉를 들르러 했지만, 이때에는 길을 엉뚱하게 들어서 못 갔어요. 오늘은 제대로 길을 찾자고 생각하면서 손전화를 켜고 길그림을 보았습니다.
손전화 길그림을 보면서 걷는 데에도 한참 딴길로 갔어요. 나중에 〈책빵소〉를 찾고서 시외버스 타는곳으로 가고 보니 무척 가깝고 쉽게 가는 다른 길이 있더군요. 길을 한참 헤맸습니다만, 첫길을 헤맸으니 다음길은 안 헤매리라 하고 생각합니다.
골목에 깃든 〈책빵소〉는 조용합니다. 시외버스가 들락거리는 곳은 시끌벅적하지만 몇 걸음을 책집으로 올 뿐인데 소리가 확 달라집니다. 가만 보면 버스나루나 기차나루에 꽤 큼직한 책집이 들어서기도 하고, 그렇게 큼직한 곳에는 사람도 많습니다. 북적판에서는 북적대는 대로 오로지 책에만 마음을 기울이면서 스스로 고요한 넋으로 이야기를 맞아들이면 되겠지요. 고즈넉한 골목 한켠에서는 이 골목에 감도는 바람을 느끼면서 책에 담긴 이야기를 맞이하면 될 테고요.
자그맣게 꾸린 《나는 도서관 옆집에 산다》(윤예솔, 와이출판사, 2019)를 집어듭니다. 책이름처럼 도서관 옆집에 살던 나날을 손수 갈무리해서 손수 엮었습니다. 꾸미지 않은 말씨가 산뜻하고, 수수하게 엮은 매무새가 곱습니다. 도서관을 즐긴 나날을 돌아보면서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날을 보내기도 했구나’ 하고 갈무리하니, 이 책은 글쓴이한테뿐 아니라 글쓴이 곁에서 자랄 아이가 앞으로 새삼스레 돌아볼 발자국도 되겠지요.
구례란 고장을 사뿐사뿐 밟은 이야기를 담은 《걷는 책, 구례 밟기》(나래, 구름마, 2018)를 넘깁니다. 이런 이야기꾸러미가 고장마다 태어난다면 재미있겠네 싶어요. 대단한 나그네가 아니어도 됩니다. 이른바 여행작가여야 마실노래를 부를 만하지 않아요. “구례 밟기”도 “원주 밟기”도 “울진 밟기”도 “장흥 밟기”도 하나하나 그 고장에서 태어나 그 고장 마을책집에 이러한 책을 놓는다면 무척 재미나리라 생각합니다.
마을책집 〈책빵소〉 지기님이 손수 쓰고 펴낸 《편의점에 이런 손님 있지!》(오윤정, 2019)를 집어듭니다. 마을책집을 차리기 앞서 편의점 일꾼으로 지낸 살림을 조그마한 책에 담았어요. 편의점 일꾼으로 만난 손님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면, 이제는 책집지기로 일하시는 만큼 “편의점에 이런 일꾼(직원) 있지!”처럼 새로운 책도 꾸밀 만하겠지요. 이야기란 언제나 우리 둘레에서 새롭게 빛납니다.
고흥에서 원주로 오는 찻삯만 박박 긁듯 챙겨서 나왔습니다. 새로운 사전을 써내기 앞서 여태껏 살림이 쪼들렸습니다. 사전 하나를 제대로 마무리하자면 다른 일은 할 수 없기에 오로지 사전쓰기에 매달리느라 살림돈이 팍팍한데요, 여태 이 사전 저 사전 차곡차곡 갈무리했습니다. 비록 찻삯을 덜면 남는 돈이 얼마 없으나 책 석 자락은 장만할 수 있습니다. 책을 밥으로 삼아서 보내는 셈이랄까요.
원주 마을책집 〈책빵소〉는 빵을 다루지 않습니다. “빵처럼 맛있게 책을 먹어요”라는 말을 내붙이면서, 책을 빵처럼 누리자고 이야기합니다. 맛있게 즐길 수 있다면, 빵도 밥도 없어도 배가 부를 수 있어요. 마음이 부르니 몸이 넉넉하고, 마음이 반짝반짝하면 몸도 환하겠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한국말사전을 쓰고 “사전 짓는 책숲(사전 짓는 서재도서관)”을 꾸리는 숲노래(최종규). 1992년부터 이 길을 걸었고, 2019년까지 쓴 책으로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읽는 우리말 사전 1·2·3》, 《우리말 동시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 《10대와 통하는 우리말 바로쓰기》 들이 있다.